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 3항). 이와 관련해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임차인이 신규임차인과 권리금계약을 실제로 체결하였어야 하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의사를 표시한 경우 임차인은 신규임차인과의 권리금계약을 실제로 체결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사례는 다음과 같다.

a는 2012. b로부터 상가를 임차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였는데, 이후 b는 2016. 10.경 a에게 ‘상가를 더 이상 임대하지 않고 아들에게 커피전문점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a는 b에게 ‘본인이 주선하는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b는 ‘a로부터 상가를 인도받은 후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편 a는 권리금 6천만 원을 받고 신규임차인을 구해 b에게 소개하려 했는데 b가 상가를 직접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신규임차인 물색을 그만뒀다. 이후 a는 b에게 상가를 인도했고, b는 커피전문점을 개업했다. 이에 a는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b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거절행위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거절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a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7. 10.선고 2018다239608 판결).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될 무렵 더 이상 상가건물을 임대하지 않겠다, 본인이 직접 사용하겠다고 하는 등 신규임대차계약 체결 자체를 명백하게 거절하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임차인과 신규임차인간의 권리금계약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대인이 신규임대차계약을 거절한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 신규임차인은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종전임차인과의 권리금계약을 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임대인의 행위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4호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임차인과 신규임차인 사이에 실제 권리금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