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절차에서의 매수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을 구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차인은 주택의 소유자 내지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주택의 소유자라는 개념은 등기부에 경료되어 있는 소유자 쉽게 말해 집주인임이 명백하나,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 자의 의미는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는 경료하지 않았으나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수한 주택을 인도받은 주택의 매수인이다. 우리 법원은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그 물건을 사용 수익할 수 있는 지위에서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 받아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함으로 임대인의 임대권원의 바탕이 되는 계약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판결).

   한편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 임대인에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자도 포함된다. 다만 대항력 발생 시기는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하는 때를 기준으로 한다. 간단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임대인a는 주택을 신탁법상 신탁하였음에도 임차인b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신탁종료를 원인으로 주택의 소유권을 다시 취득하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c는 위 근저당권자가 신청한 경매절차에서 주택을 매수하였다. b는 주택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력을 취득하였다고 하면서 c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을 구하고, c는 b가 c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면서 주택의 인도를 구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법원은 a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수탁자의 승낙이 없이는 주택을 임대할 수 없었지만 위 주택에 관하여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적법한 임대권한을 취득하였고, b는 위 소유권이전등기전에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쳤는데 이때부터 위 주택에 관한 주민등록에는 소유자 아닌 b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어서 제3자가 보기에는 b의 주민등록이 소유권 아닌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b의 주민등록은 b가 전입신고를 마친 날부터 임대차를 공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b는 a가 위 주택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즉시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하였고, 근저당권설정등기는 b가 대항력을 취득한 다음에 이루어졌으므로 b는 임차권으로 c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