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에 대한 권원 없는 건물의 임차인과 대항력

토지와 건물은 별개의 부동산이나 대체로 하나로 묶어서 취득하고 이전된다. 그래야만 복잡한 법률관계가 파생됨이 없이 안정적으로 권리관계가 형성되고 풀어지게 된다. 그러나 나대지 상태인 토지에만 저당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은 이후 건물을 지은 경우나 사정에 따라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토지의 소유권과 다르게 해 둔 경우 등 양자의 소유권이 분리되는 순간 토지와 건물을 둘러싼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고 건물 부지에 대한 소유권 내지 사용권한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항시 철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철거 위험이 애시 당초 건물 부지에 대한 권원을 취득하지 못한 건물소유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적법한 임차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이라 하더라도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이 없는 건물인 이상 토지소유자의 건물 점유자에 대한 퇴거청구는 적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 역시 “건물이 그 존립을 위한 토지사용권을 갖추지 못하여 토지의 소유자가 건물의 소유자에 대하여 당해 건물의 철거 및 그 대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라도 건물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토지소유자는 그 건물 점유를 제거하지 아니하는 한 위의 건물 철거 등을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그때 토지소유권은 위와 같은 점유에 의하여 그 원만한 실현을 방해당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토지소유자는 자신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서 건물점유자에 대하여 건물로부터의 퇴출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건물점유자가 건물소유자로부터의 임차인으로서 그 건물 임차권이 이른바 대항력을 가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여 건물의 점유가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토지소유자의 퇴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8 19.선고 2010다43801 판결).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건물임차권의 대항력은 기본적으로 건물에 관한 것이고 토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로써 토지소유권을 제약할 수 없고, 토지에 있는 건물에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이를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토지사용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즉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 부지 부분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을 상실한 경우 그 부지 상당의 토지 부분에 대하여는 건물의 소유 자체로 불법점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건물의 소유 자체가 불법 점유를 구성하는 이상 건물의 소유자로부터 점유사용권을 취득한 임차인의 점유도 토지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불법 점유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