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무단전대와 임대인의 계약해지권행사의 제한 법리

우리 민법은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할 수 없고 임차인이 이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629조). 이는 임대차계약도 당사자의 개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법률관계인바 무단전대로 인하여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임대인의 인적 신뢰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즉 임차인의 무단전대는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어 임대차계약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권한을 임대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임차인의 무단전대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 또한 “임차인이 비록 임대인으로부터 별도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임차물을 사용 수익하도록 한 경우에 있어서도, 임차인의 당해 행위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자신의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루어졌다는 것만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하여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인 경우에도 임대차계약해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255 판결).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는,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수년간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었는데 음식점 운영을 위하여 이사를 가야할 사정이 생겼고 임대인의 주소지로 임대기간 만료에 따른 보증금반환청구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나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한 경우이다. 이 경우 우리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허락 없이 전대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의 인적 신뢰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배신적 행위가 아니라고 하여 무단전대를 이유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255 판결). 또한 임차권의 양수인이 임차인과 부부로서 임차건물에 동거하면서 함께 가구점을 경영하였던 사례에서 전차인은 본래의 임차인과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그 형식적인 사업주체의 인격만 변경된 것이라는 이유로 이는 임대인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5308 판결).

이와 같이 우리 법원은 구체적 사정을 살펴 임차인의 임대인의 동의 없는 무단전대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임대인의 인적 신뢰나 경제적 이익을 해하는 배신적 행위가 아닌 경우 임대인은 민법상 임대차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사실관계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해 법률관계를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