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 새 임차인이 원상회복할 필요 없다.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원상회복해서 임대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임대차계약 양식에는 이러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가 빠지지 않고 적시되어 있는바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동안 자신이 비용을 들인 인테리어 등을 임대인에게 보상받을 수는 없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차종료에 맞춰 원상회복을 하지 않고 인테리어 등을 새 임차인에게 시설 권리금을 받고 넘기고 임대인도 이를 용인하는 경우 새 임차인의 원상회복 범위가 문제될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최초 임대차 당시의 모습대로 원상회복을 요구하나 새 임차인은 전 임대차인이 설치한 부분에 대해서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새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에 대해서는 새 임차인에게 책임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 또한 “전 임차인이 무도유흥음식점으로 경영하던 점포를 임차인이 소유자로부터 임차하여 내부시설을 개조 단장하였다면 임차인에게 임대차 종료로 인하여 목적물을 원상회복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도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그것은 임차인이 개조한 범위 내의 것으로서 임차인이 그가 임차 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전의 사람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새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를 본인이 설치한 부분에 한정하였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다카12035판결).

또한 최근에 하급심 판례는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것만으로 전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까지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새 임차인이 회복해야 할 상태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의 상태면 족하고 전 임차인의 임차 이전의 상태로까지 원상 복구시킬 의무는 없다고 하여 종전의 판례를 다시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새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범위는 권리금 지급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설치한 부분에 한정되며 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까지로 확대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과도한 원상회복요구에 대해 자신의 의무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절할 필요가 있고, 임대인으로서는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에 대한 원상회복에 대해서는 전 임차인과 합리적 정산을 하는 등의 매듭을 지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