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의 의미 가볍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앞서 가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동산 거래에 다액이 오고가는 것이다 보니 선뜻 매매계약을 체결하기가 망설여지지만 대상부동산을 잡아두기 위한 마음에서 본계약에 앞서 가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일 것이다. 가계약금 지급 이후에 본계약이 체결되어 매매가 완료되는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로는 가계약금 지급 이후 본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가계약금반환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다. 대체로 가계약금은 쉽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중개업자도 계약이 안되면 가계약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 가계금의 지급의 의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계약금의 의미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우선 가계약이 지급될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는 등 본계약에 대하여 구체적인 매도인, 매수인간의 의사합치가 있었다면 매수인은 가계약금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그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한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여 매도인은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뿐 매수인은 가계약금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한편 최근 판례는 위 대법원 판례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에서 가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고 매수인이 가계약금을 지급한 후 스스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에는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가계약금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게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이처럼 가계약금을 지급받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 또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매수인이 매매계약 채결을 포기하는 경우 가계약금을 수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아야만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와 같이 가계약금의 지급과 수취의 의미는 절대로 가볍게 생각되어 질 문제가 아니다. 가계약금 지급 후 단순 변심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받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계약금의 몰취를 넘어서 본계약의 성립과 해제의 문제로까지 의미가 번질 수 있다. 부득이하게 가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라면 가계약금의 의미와 그 반환에 대하여 매도인 매수인간의 정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밝혀둬야 이와 관련된 법률상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