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 3항). 이는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의 가치를 보호함과 동시에 임차인의 투하 자본 회수 및 영업처분 기회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상가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고 영업을 양도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면 5년의 임대차 기간이 지난 후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기회 부여조항이 적용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a의 어머니는 2012. 8.경 b소유의 건물 1층을 빌려 커피숍을 열었다. 2014. 8. a명의로 계약당사자를 변경하고 b와 재계약을 했는데, 이후 a와 b의 묵시적 갱신으로 임대차 기간이 2017. 8.까지 연장되었다. a는 2017. 2. 커피숍 운영에 관심을 보이던 c와 권리금 7천만 원에 커피숍을 넘겨주기로 합의하고 이 사실을 b에게 알리면서 c와의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는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구상 중인 사업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c와의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결국 a는 c와의 권리금 계약을 파기하고 같은 해 8월 커피숍을 원상복구한 뒤 b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후 a는 b의 계약 거절로 입은 권리금 상당의 손해 6천5백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우리 법원은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목적은 상가 임차인의 투하자본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임차인의 교섭 지위를 규범적으로 강화시킨 것으로 임차인이 최대 5년간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5년이 지난 후에도 임대인의 갱신 거절에 대응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임대인에게는 계약 갱신요구에 대한 협력 의무 또는 방해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한다. 임대인 b가 정당한 이유 없이 a가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거절해 a가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a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울산지방법 2017가단62114 판결).
위 판결은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금지의무에 관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규정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거나(예를 들어 임차인의 차임 연체로 인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예를 들어 임대차기간이 5년 도과된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고 본 기존의 판결(울산지방법원 2016가단51339 판결)과 상반된다. 기존의 판결은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이 최대 5년 동안만 보장된다는 이유로 최초 임차일로부터 5년이 지난 다음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바 있다.
이와 같이 상반된 법원의 판결은 결국 대법원의 입장이 나온 후에야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임차인 보호 추세와 그 연장선상에서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의 10년 연장 입법추진의 흐름을 볼 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작성일 : 2018.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