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닌 자와의 임대차계약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는 반드시 임차인과 주택 소유자인 임대인간의 임대차계약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2. 7. 26.선고 2012다45689 판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실제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a가 집주인과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집주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하였으나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받지 못한 상태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집주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a는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이므로 위 임대차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

다음은 등기부상 소유자(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 b를 임대인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이다.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 b가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택의 명의신탁자로서 사실상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할 권한을 가지는 이상, 임차인은 등기부상 주택의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법한 임차인임을 주장할 수 있는바, 명의신탁자 b와의 임대차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임차인은 명의수탁자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5. 10. 12.선고 95다22283 판결).

이어지는 사례는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던 c를 임대인으로 하는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다음날 c가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d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준 사안이다. 이 경우에는 c가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것 외에는 임대차계약 당시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데도, c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차인이 매각대금을 납부하지도 아니한 최고가매수신고인에 불과한 c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갖추었다고 하여도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임차인은 d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2014. 2. 27.선고 2012다93794 판결).

마지막으로 아파트 수분양자 e가 분양자로부터 열쇠를 교부받아 임차인을 입주케 하고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후, 수분양자 e가 분양계약상의 아파트 입주를 위하여 요구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분양계약이 해제되어 수분양자 e가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안이다.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그 물건을 사용 수익할 수 있는 지위에서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 받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하므로 임대인의 임대권원의 바탕이 되는 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새 소유자에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08. 4. 10.선고 2007다38908 판결)

위 사례들에서 본 바와 같이, 등기부상 소유자인 임대인뿐만 아니라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아 임차인은 대항력, 우선변제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사전에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권리행사 권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