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임대인의 손해와 장래이행의 소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차목적물의 인도를 구할 수 있고, 임차인이 불법점유하는 경우 임차목적물을 인도받을 때까지의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리는 임차인이 제3자를 이용하여 불법점유를 계속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차목적물 인도청구를 할 수 있고, 임차인의 불법행위(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점유케 함)로 인한 임대인의 손해는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인도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볼 여지가 있으므로 임차인은 최종적으로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와 같은 법리를 확인해보자.

a는 2015. 12. 10. b로부터 甲건물을 임차보증금 1,500만 원, 월차임 50만 원, 임대차기간 2016. 1. 1.부터 2018. 1. 1.까지로 정해 임차하였다. a는 b에게 임대차계약상 의무위반 등을 주장하면서 임차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2016. 5. 3.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하였다. ① b는 a에게, a가 甲건물과 그 대지 중 약 330㎡를 원상회복하여 인도한 날부터 2일 후에 1,350만 원을 지급한다. ② a의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 ③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a는 위 조정성립을 전후하여 甲건물에서 퇴거하면서 b가 아닌 c에게 甲건물의 열쇠를 건네주었고, c는 甲건물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b는 a를 상대로 건물인도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a가 임대차계약의 종료로 b에게 甲건물을 인도해야 하는데도, b가 아닌 c에게 甲건물의 열쇠를 건네주어 점유 사용케 하였고,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b는 甲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조정성립 다음날인 2016. 5. 4.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인 2018. 3. 9.까지 기간에 대하여 차임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민사소송법 제251조는 장해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채무자의 태도나 채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채무자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장래에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할 예정인 경우에도 채무불이행 사유가 언제까지 존속할 것인지가 불확실하여 변론종결 당시에 확정적으로 채무자가 책임을 지는 기간을 예정할 수 없다면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의 이행기가 장래에 도래할 예정이고 그때까지 채무불이행 사유가 계속 존속할 것이 변론종결 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면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a는 b에게 조정성립 다음날인 2016. 5. 4.부터 이 사건 건물인도 완료일까지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7. 26.선고 2018다227551 판결).

사안에서 a가 b가 아닌 c에게 甲건물의 열쇠를 건네주어 점유 사용케 함으로써 b는 甲건물을 인도받지 못하여 차임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가 a의 양해를 얻어 甲건물을 점유한 이래 甲건물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고 a가 여전히 b에게 甲건물의 인도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이상, a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b가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a의 불법행위로 인한 b의 손해가 甲건물 인도 시까지 존속한다는 것을 원심 변론종결 당시에 확정적으로 예정할 수 있다면, a가 그 배상책임을 다투고 있어 b로서는 이를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