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금 완납과 원인 없이 말소된 가압류등기의 효력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등기가 마쳐졌다가 그 등기가 아무런 원인 없이 말소된 경우라도 등기 말소여부와 무관하게 가압류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가압류 등기가 원인 없이 말소된 이후에 가압류 목적이 된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의 효력은 소멸하게 된다. 이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매각대금까지 납부한 매수이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를 이해해 보자.

   甲부동산은 원래 a의 소유였는데, a는 1989. 8. 21. b에게 위 부동산에 대하여 같은 날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마쳐 주었다. c는 2003. 9. 16. a에 대한 양수금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d는 a로부터 甲부동산을 매수하면서 a와 이 사건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하여 2004. 9. 14. 甲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친 다음,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마쳤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가압류등기는 2004. 11. 8. 직권으로 말소되었다. d는 甲부동산에 관하여 2009. 2. 24. e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f는 a의 아들로서 2010. 7. 16. 甲부동산에 관하여 2010. 7. 15.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f는 e의 신청에 따라 진행된 경매절차에서 甲부동산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을 받아 매각대금을 다 내고, 2012. 5. 3.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c는 甲부동산의 현재 소유자인 f에게 가압류등기의 말소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부동산에 관하여 가압류등기가 마쳐졌다가 그 등기가 아무런 원인 없이 말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가압류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압류등기가 원인 없이 말소된 이후에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고 그 후 제3취득자의 채권자 등 다른 권리자의 신청에 따라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수인이 그 매각대금을 다 낸 때에는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이 위 가압류의 부담을 매수인이 인수할 것을 특별매각조건으로 삼지 않은 이상, 원인 없이 말소된 가압류의 효력은 소멸된다. 그리고 말소회복등기절차에서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어 그의 승낙이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제3자가 등기권리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승낙을 하여야 할 실체법상의 의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그 승낙요구에 응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c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다28897 판결).

   이와 동일한 논리에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가 등기가 위조된 서류에 기하여 아무런 원인 없이 말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근저당권리 소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이 경매절차에서 매각되면 매각부동산에 존재하였던 저당권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므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인 없이 말소된 이후에 근저당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하여 다른 근저당권자 등 권리자의 신청에 따라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하였다면 원인 없이 말소된 근저당권도 소멸하게 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2802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