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권 매매과정에서 매도인의 의무

부동산을 주거, 투자 목적 등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취득을 원하는 사람이 기존 수분양자로부터 분양권을 이전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수분양권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수분양권이 이전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수분양권자의 명의가 매수인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수인 앞으로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인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매도인은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 것일까. 다음에서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판례가 있어 이를 살펴본다.

사안은 지자체가 주민이주대책사업으로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여 이주민들에게 분양하기로 하되 이주민은 1회에 한하여 수분양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는데, 갑이 이주민 을로부터 이주택지에 대한 수분양권을 매수하였고, 이후 을이 위 이주택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갑이 을에 대하여 위 이주택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이전을 구한 한 사례이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주택지에 대한 수분양권을 매매목적물로 하는 매매계약의 주목적은 그 매수인으로 하여금 그 수분양권에 기한 이주택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는 데에 있음이 분명하므로, 위 수분양권을 매도한 자는 매수인으로 하여금 그 수분양권에 근거한 이주택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여줄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이 때 분양자측에서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을 허용하여 매수인 앞으로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을 함으로써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는 수분양권자 명의변경 절차를 이행하면 그 의무를 다한 것이 되고, 나아가 스스로 그 수분양권에 근거하여 이주택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무까지는 없다 할 것이나, 매수인 앞으로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이에 매도인이 스스로 분양권을 행사하여 이주택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매수인 앞으로 이주택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는 방법 외에는 매매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없으므로, 그 분양대금의 청산관계가 남아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매수인에게 이주택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다36671 판결).

즉, 수분양권자 명의가 매수인으로 변경되면 그것으로 매도인은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나, 만약 변경 이전에 매도인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그렇다보니 그 취득과정에 항상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분양권매매와 같은 형태의 거래는 일반적인 부동산매매보다 용어도 낯설고 절차도 복잡하기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수분양권매매를 할 경우, 매도인이든 매수인이든 위 사례를 참조하여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