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과 부동산거래계약의 변화 
 

  최근 필자는, 부동산 직거래를 하는 의뢰인 업체와 함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대기업 계열사와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해당 대기업 계열사는 개발 중인 인공지능을 통해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계약서 등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은 물론, 거래 관련 법령과 판결 분석을 통해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권리분석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연구 중에 있었다.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도 이 회사 기술진과 함께하고 있었다. 부동산 직거래를 운영하는 의뢰인 회사와의 미팅은, 빈번한 직거래계약을 연결하면서 접하게 되는 의뢰인 회사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서, 연구 중인 인공지능이 짧은 시간에 많은 거래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었다.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고객이 원하는 적절한 매물을 소개하는 등 단순한 데이터 검색을 넘어, 인공지능이 이제는 소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하는 거래계약서 작성과 권리분석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 전문가의 영역에도 아주 가깝게 와있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사람의 손과 머리로 힘들게 하나하나 해왔던 거래계약이, 실제로는 기계적으로 다시 말하면 패턴화된 정형적인 작업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체로 거래계약서의 특정란은 관련 문서의 특정 부분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그 패턴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닐 수 있어 굳이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능히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이 관련 문서의 특정 부분을 계약서에 일일이 기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은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권원보험업계 등에서는 계약서 작성 자동화 과정을 통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자동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툴이 수년 전부터 이미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쉽게 거래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부동산 직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직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거래계약서 작성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통한 거래계약서 작성을 통해 상당한 시간 절약이 가능하게 되면서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업무에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계약서 작성에서 필수적인 거래 당사자, 거래대상물 등의 표시를 인공지능을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면 일반인뿐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거래를 업으로 다루게 되는 공인중개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가들의 활용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보조 인력보다 인공지능 활용이 정확성이나 비용 면에서 더 경쟁력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 정보는 더 이상 특정집단에게 독점될 수 없음이 지난 몇 년간의 흐름에서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부동산 거래계약 체결마저도 인공지능에게 일정 부분 잠식당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부동산 거래정보를 독점하고자 직역 간, 같은 업종 종사자들 간 밥그릇 싸움을 이어가거나, 관련서류에 기재된 특정 부분을 추출해서 거래계약서에 옮겨 적는 것을 무슨 대단한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고 안주하면서 부동산 거래계약이나 자문을 특정 전문가 집단이 독점코자 하는 시도를 어이가고 있다. 정보 개방과 인공지능 도입이라는 틀에서 보자면 이런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다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통찰력을 갖추는 것만이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과거의 틀에 집착하지 않는 보다 유연한 사고로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