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포기 여부

  민법 제185조에서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른바 물권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토지 소유자가 사용·수익권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판례가 있어 이를 살펴본다.

  사안은 토지 소유자인 갑의 토지에 대하여 을이 1971년경 위 토지에 접한 좁은 길을 넓혀 도로를 개설하고, 그 무렵부터 토지를 그 도로의 일부로 관리해 왔고, 지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갑의 상속인 원고가 을을 피고로 하여 토지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자 피고가 갑의 사용·수익권 포기를 주장하였다.

  이에 토지 소유자가 사용·수익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민법이 정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에 따라 “ 유지가 일반 공중의 교통을 위한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의 일부를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대세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토지 소유자가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1528 판결).

  결국 위 판결은 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는 사정에 의하더라도 갑이 비과세지정 신고를 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등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원고가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소유권의 사용·수익·처분 권능과 관련하여 이를 물권법정주의의 관점에서 그 포기를 엄격하게 판단한 사안으로 흥미로운 판례라 할 것이다. 판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법리를 분석하는 일은 정확한 권리주장을 위하여 매우 종요한 작업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