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와 임차인의 대항력

   임차한 주택에 임차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친척 등 타인을 거주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이 당해 주택에 직접 거주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점유를 매개로 간접점유 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당해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임차인이 아닌,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타인이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임차인은 대항력을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629조는 임대인 동의 없는 무단 전대차의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임차인이 타인을 거주시켰고 타인이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라 할지라도 임대차인이 대항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라도 임차인의 전대 행위가 임대인에 대해 배신적 행위가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전대 행위는 유효하고, 임차인은 간접점유자인 타인의 대항력 요건을 원용하여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다.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a는 2010. 7. 27. 甲건물 당시 소유자였던 b와 사이에 임차보증금 7천5백만 원, 임대차기간 2010. 8. 11.부터 2012. 8. 10.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10. 8. 18. 확정일자를 갖추었다. 그 후 위 임대차계약은 2차례에 걸쳐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그런데 그 후 甲건물에 대해 2010. 8. 16.자 근저당권에 기해 임의경매가 개시되었다. a는 2015. 3. 9. 甲건물의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한 후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였다. 한편 c는 a의 형부인데 2010. 8. 11.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들과 함께 甲건물을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한 후 현재까지 甲건물을 점유하고 있다. d는 2016. 2. 12. 위 경매절차에서 甲건물을 낙찰 받은 후 a와 c에 대하여 인도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민법상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하고 임차인이 이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임차인이 비록 임대인으로부터 별도의 승낙을 얻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임차물을 사용, 수익하도록 한 경우에 있어서도, 임차인의 당해 행위가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자신의 동의 없이 전대차가 이루어졌다는 것만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유로 주택의 전대차가 그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임대인에 대하여도 주장할 수 있는 적법 유효한 것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임차인의 대항요건은 전차인의 직접 점유 및 주민등록으로써 적법 유효하게 유지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하여 d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255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8. 18. 선고 2016가단251614 판결).

   사안을 다시 살펴보면, a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의 언니와 그 배우자 c 및 그 자녀들로 하여금 甲건물에서 거주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이들에게 甲건물을 전차하였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2010. 7. 27. 이후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2015. 5. 27.경까지 약 5년 동안 c의 가족이 거주하는 것에 대해 임대인 b와 a, c간에 아무런 분쟁이 없었던바, b는 사실상 c의 가족이 甲건물에 거주하는 것을 그대로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가 임대인 b의 동의를 얻지 않고 c의 가족으로 하여금 甲건물에 거주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b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어 전차인인 c가 2010. 8. 11.경 甲건물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함으로써 a도 그 무렵 대항력을 취득하였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