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h 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로 나온 주공아파트 56㎡형(17평형)에 응찰 했다. 집 근처 평촌동에 있는 아파트로, 시세가 1억5000만~1억6500만 원 정도였지만 두 번 유찰돼 최 저가가 1억1200만 원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1억3300만 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시세보다 2000만 원 이상 싸게 매입한 것이다. 기쁜 마음에 h 씨는 일찌감치 잔금을 내고 명도를 하 기 위해 낙찰 받은 아파트를 찾아갔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h 씨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h씨가 낙찰 받은 아파트에는 전 소유자의 사위가 살고 있었는데 전 소유자, 즉 장인에게 5000만 원 을 주고 전세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입 일자는 은행의 최초 근저당보다 훨씬 빠른 상태였 다.
h 씨는 “장인과 사위 사이에 무슨 임대차 관계가 성립하느냐”고 따졌지만 임차인은 계약서를 보여 주면서 전세금 5000만 원을 돌려주기 전에는 집을 비워 줄 수 없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법원 매각 물 건 명세서에 소유자의 사위가 살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당연히 무상으로 거주할 것이라는 생각 에 지나쳐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친인척끼리도 임대차 관계 성립 당황한 h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법무사 사무실에 찾아가 상담해 봤지만 역시 대답은 같았다. 즉 경 매 부동산의 임차인이 소유자의 친인척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가구를 구성하고 있으면서 전세금 명 목으로 실제로 돈을 주고받았으면, 그 임차인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h 씨는 임차인에게 전세금 5000만 원을 물어주면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말았다. 결국 시세보다 2000 만 원 이상 싸게 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세보다 2000만 원 이상 비싸게 주고 산 꼴이 되고 말았 다.
경매에 실패하는 사례 중 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이 세입자와 관련된 문제다. 주거용 부동산은 특별법 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경매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가질 때가 많다. 따라서 주거 용 부동산에 응찰할 때에는 반드시 동 주민센터의 ‘전입 가구 열람 조사’를 통해 대항력 있는 임차 인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매각 물건 명세서에도 법원에서 조사한 임차인 조사 내역이 나와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폐문부재’ 로 기재돼 있거나 임차인 미상으로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전입 가구 열람 내역을 동 주민센터에서 확 인해 실제 세입자가 살고 있는지 현장에 가봐야 한다.
경매되는 주택에는 정식 임대 계약을 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임차인 행세를 하 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비정상적인 임차인일 확률이 높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가족 관계인 경우, 보증금 액수와 근저당 금액이 시세에 견줘 과다한 경우, 배당 요구를 하지 않는 경우, 전입은 되어 있지만 확정일자가 없거나 뒤늦게 받은 경우 등이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가족 관계일 때는 위장 임차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세입자가 소유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입찰 전 대항력 유무와 실제 유상 임대차 여부를 철저 히 가려 응찰해야 한다. 친인척 여부는 전입자 이름에서 관계를 가늠할 수도 있고, 이웃이나 경비원 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작성일 : 2013.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