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건물의 화재에 대한 책임

 임대차건물에 대하여 화재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관한 분쟁이 종종 발생하고, 임대차건물에 피해를 입은 임대인과 임대차건물 안의 물건에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서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특히 전기배선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이와 관련한 임대차건물에 관한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본다.

 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은 “임차건물이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로 일부 소훼되어 임차인의 임차목적물반환채무가 일부 이행불능이 되었으나 발화부위인 전기배선이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 임차인이 전기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 하자를 수리 유지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임차목적물반환채무의 이행불능은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고 임차인의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51013 판결은 “임차건물이 건물구조의 일부인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로 소훼되어 임차인의 임차목적물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해 임대차가 장기간 계속되었고 화재의 원인이 된 전기배선을 임차인이 직접 하였으며 임차인이 전기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당해 전기배선에 대한 관리는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 내에 있었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전기배선의 하자로 인한 화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라고 판시하였다.

 독자 여러분은 위의 두 대법원 판결을 읽으면서 일견 상반되는 보이기도 하지만 차이점에 대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가지실 것이다. 이와 같이 논점에 대하여 대비가 되는 두 개의 판례를 제시하고 그 차이점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토론하고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전형적인 영미 로스쿨의 판례집 서술 형태이고 교육방식이다. 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도 영미 로스쿨의 학생이 되었다는 기분으로 스스로 추론을 해보시기 바란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잘 적용하여 소송 수행을 하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데로 흘렀지만, 임대차건물에 대한 화재로 인하여 분쟁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 책임의 부담은 소송 수행, 즉 주장입증에 따라서 천양지차가 있음을 알고 대처하여야 한다. 또한 예방책으로서 임대인으로서도 임차인으로서도 화재보험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