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침탈로 인한 손해배상

부동산 경매에서 현재로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유치권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에서 등기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폐지될지 또한 언제 그렇게 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 경매공매시장을 들여다보면, 많은 허위이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치권이 경매공매 참가인들의 눈을 현혹하기도 하고, 경매공매 참가인들이 이를 겁내어 경매공매 참여를 꺼리기도 하며, 그에 따라 경매공매 물건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법에 어긋나는 일지만, 채무자측에서 다시 경매공매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수단으로, 또는 경매공매에 즈음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수단으로 이러한 일이 횡행하고 있다. 유치권 하면 골치 아픈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소송에서 요건을 정확히 따지게 되면 허위 내지 요건 불비의 유치권자들이 패소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정당하게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부동산을 경매공매를 통하여 취득한 다음 유치권을 무시하여 부동산의 점유를 침탈하고 이를 처분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형사상의 권리행사방해죄 고소와 함께 유치권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유치권 침탈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상대방은 유치권을 상실한 자로서는 점유회수의 청구를 제기하면 될 것이지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유치권자는 민법 제204조에서 정한 점유회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고 이와 별도로 점유침탈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청구의 소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아가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법원은 유치권자의 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유치권 침탈 당시의 위 부동산의 가액을 손해로 보아 그 배상을 명하였다. 침탈자로서는 경매공매로 취득한 금액에 더하여 위 부동산의 가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게 됨에 따라 톡톡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위 사례에 대하여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상태이나, 허위 내지 요건 불비의 유치권에 겁먹을 것은 없지만, 다른 한편 명확히 성립하고 있는 유치권은 절대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위 사례는 경매공매와 관련하여 정확한 법리의 이해와 권리분석에 따른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