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토지의 법정지상권

‘갑’과 을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 위에 ‘갑’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있다. 이런 상황의 부동산이 경매될 때 법정지상권의 성립여부를 경우에 따라 판단해보자.

​우선, ‘갑’ 소유의 건물만 매각되는 경우다. ‘병’이 건물만을 낙찰 받는다면 ‘병’은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 건물 매각으로 인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는지부터 확인해보자. 토지 중 ‘갑’의 지분을 기준으로 본다면 매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셈이고, ‘을’의 지분을 기준으로 본다면 매각 전부터 이미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랐으므로 매각으로 인해 “동일한 소유자에 속했던”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만약 이런 경우에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면 ‘병’은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면 ‘을’은 자기와 무관한 일(‘갑’의 건물이 매각된 일)로 인해 부당하게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을’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토지공유자의 한 사람이 다른 공유자의 지분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건물을 건축한 후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에 관하여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게 되면 이는 토지공유자의 1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분을 제외한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하여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 (대법원 1993.04.13. 선고 92다55756 판결[건물철거등])

반대로 토지만 매각된 경우라면 어떨까?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면 토지를 매수한 ‘병’은 ‘갑’에게 건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의 온전한 가치를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토지의 낙찰가격은 법정지상권의 부담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토지의 공유자인 ‘을’은 자기 소유도 아닌 건물로 인해 자기의 토지가 헐값에 매각되는 부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역시 ‘을’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건물과 ‘갑’의 토지지분이 매각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법정지상권은 동일인의 소유에 속했던 토지와 건물이 각각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권리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매각으로 인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서로 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토지 지분 중 ‘갑’의 지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토지와 함께 건물까지 ‘병’에게 매각 됐으니 토지와 건물이 모두 ‘병’의 소유가 됐다. 즉, 매각으로 인해 토지와 건물이 서로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을’의 지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랐을 뿐, 매각으로 인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서로 달라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불측의 피해를 보는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법정지상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지상권의 성립에 관한 법률규정 자체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은 인정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따져보니 결국 공유 토지에는 토지 또는 건물, 그 일부만 매각되는 어떠한 경우도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