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대출과 근저당권 피담보채무

​

   a가 은행에서 두 번에 걸쳐 대출을 받고 두 번째 대출을 받을 무렵 은행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근저당권 설정)한 경우, 그 근저당권은 두 번의 대출을 모두 담보하는 것인가, 아니면 두 번째 대출만 담보하는 것인가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그 근저당권이 두 번의 대출을 모두 담보한다면 두 번 대출받은 돈을 모두 갚아야만 말소가 될 것이고, 두 번째 대출만 담보한다면 두 번째 대출받은 돈만 갚으면 말소될 것이다.
​

   그 아파트가 경매된다면, 일반적으로 은행의 근저당권이 1순위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는 은행에게 1순위로 배당되는 금액이 얼마인가의 문제가 된다. 두 번의 대출을 모두 담보한다면 두 번 대출받은 돈 모두가 은행에게 1순위로 배당되는 것이 맞겠지만, 두 번째 대출만 담보한다면 두 번째 대출받은 돈만 은행에게 1순위로 배당되어야 하고, 만약 첫 번째 대출받은 돈까지 은행에게 1순위로 배당된다면 이는 배당이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

  이와 관련한 사례를 살펴본다.

​

  사실관계를 단순화하여 보면,
  a(원고)는 2010. 8. 24. b은행(피고)과 사이에 대출한도를 2,000만 원으로 정한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대출, 이하 ‘이 사건 1차 대출’이라 한다) 거래약정을 체결하였다. 위 대출거래약정서에는 ‘통장자동대출’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

   a는 2011. 8. 19. b은행으로부터 1,500만 원을 대출(이하 ‘이 사건 2차 대출’이라 한다)받았다. 위 대출거래약정서에는 ‘가계일반자금대출’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당시 이 사건 1차 대출약정에 기한 대출금 채무는 1,500만 원이 남아 있었다. a는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b은행에게 a 소유의 아파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800만 원의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을 설정하였다. a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한정근담보’, ‘가계일반자금대출’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리고 a는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과 계약서 사본 수령 여부 및 약관과 계약서의 중요 내용 설명 청취 여부를 묻는 난에 “수령함, 들었음”이라고 기재하였다.

​

   a는 2013. 12. 20. b은행을 피공탁자로 하여 이 사건 2차 대출로 인한 잔여 원리금 전액인 760만 원을 변제공탁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

   위 사안에서 b은행은, 이 사건 근저당권은 한정근담보로서 이 사건 1, 2차 대출로 인한 각 원리금채무를 모두 담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1차 대출로 인한 원리금채무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상 a의 이 사건 근저당권말소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

​   이에 대해 법원은, ① 비록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상 통장자동대출이 가계일반자금대출의 한 종류라고 하더라도 통상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a가 이 사건 1차 대출까지 담보할 의사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자필로 ‘가계일반자금대출’이라고 기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② 이 사건 2차 대출 당시 이 사건 1차 대출약정에 기한 대출금 채무 1,500만 원이 남아 있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1, 2차 대출금을 모두 담보할 의사였다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은 1,800만 원보다 높은 금액으로 설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1차 대출 당시 아무런 담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이 사건 2차 대출을 하면서도 a의 기존 채무를 확인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저당권은 이 사건 2차 대출로 인한 원리금 채무만 담보할 목적으로 설정되었다고 판단하여 a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

   위 사안은 대출받은 사람과 대출은행 사이의 소송이고 그 쟁송 금액도 1,500만 원에 불과하지만, 같은 쟁점은 배당 단계에서 문제 될 수 있고 그 금액이 다액일 수도 있다. 권리관계에 대한 부분을 잘 살피고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것이 자신의 배당액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