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 근저당 설정과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상계

  건물을 임차한자가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후 이를 담보로 금원을 융통하였으나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하게 되는 법률분쟁의 수순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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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을 임차한자가 건물에 대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후 전세권을 담보로 하여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 경우 금원을 대여해 주는 자는 담보의 일환으로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하게 된다. 만일 전세권자인 임차인이 변제를 약속한 날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면 전세권은 경매에 부처지게 되고, 전세권을 경매를 통해 매수한자는 전세권설정등기에서 정한 존속기간까지 위 건물을 사용수익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된 경우나 전세권설정계약이 합의 해지된 경우라면 전세권을 경매에 부칠 수 없게 되는바, 이 경우엔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했던 자는 물상대위의 법리에 의해 전세권 대신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주장하면서 건물 주인인 전세권설정자를 상대로 하여 전세권반환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건물 주인이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했던 자의 추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했던 자는 건물 주인을 상대로 전세금반환청구의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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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위와 같은 소송 중에 건물 주인은 종전 임차인에 대한 채권을 이유로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했던 자에게 상계의 항변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와 같은 상계 항변은 타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 전세금반환채권이 압류된 때에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저당권자에게 상계로써 대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세권저당권이 설정된 때에 이미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장래 발생할 전세금반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와 같이 전세권설정자에게 합리적 기대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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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사실관계를 통해 위 법리를 이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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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는 2010. 9. 13. 자신의 건물을 b에게 1억 원에 임대하고 전세권설정등기를 해줬다. c은행은 2010. 9. 14. b에게 1억 5천만 원을 대출하면서 그 담보로 위 1억 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받고 2010. 9. 20. 위 전세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원의 전세권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b는 2011. 6. 15. a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고 a에게 위 건물을 인도하였다. c은행은 2012. 7. 5. b의 a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 중 8천만 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12. 7. 9. a에게 송달되었다. 그 후 c은행은 a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a는 변론기일에서 2010. 4. 9. b에게 7천만 원을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대여금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한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안은 c은행이 전세권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때(2010. 9. 20.) 이미 b에 대한 a의 채권이 존재하였고(2010. 4. 9.), 그 채권의 변제기가 전세금반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였던바, 예외적으로 a의 상계 항변이 인정될 수 있었다.
 
   우리 대법원 역시 이와 관련하여, “전세권저당권자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하여 물상대위권을 행사한 경우, 종전 저당권의 효력은 물상대위의 목적이 된 전세금반환채권에 존속하여 저당권자가 그 전세금반환채권으로부터 다른 일반채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설령 전세금반환채권이 압류된 때에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 반대채권과 전세금반환채권이 상계적상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저당권자에게 상계로써 대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세금반환채권은 전세권이 성립하였을 때부터 이미 그 발생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세권저당권이 설정된 때에 이미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 대하여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장래 발생할 전세금반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와 같이 전세권설정자에게 합리적 기대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세권설정자는 그 반대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전세금반환채권과 상계함으로써 전세권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한바 있다(2014. 10. 27.선고 2013다9167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