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권리금약정의 취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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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가 잘 되는 점포에는 이른바 권리금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권리금의 명분은 종전 임차인의 시설투자비와 무형적인 자산인 영업권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권리금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목 좋은 점포뿐 아니라 병원과 가까운 위치의 약국 등과 같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누리는 업종에서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유리한 입지에 있는 점포에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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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만일 약국 인수자가 같은 층에 병원이 있다는 것을 염두 해 두고 기존 약국 운영자에게 권리금을 주기로 하였는데 나중에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와 같이, 입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종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한 후 점포를 임차하였으나 사정이 변경된 경우 새 임차인은 종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치 못한 사정의 변경이 있었다고 하여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의 변경에 지나지 않는바 새 임차인은 종전 임차인과의 권리금 약정을 취소하고 권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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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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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와 b는 2011. 1. 4. x상가 207호에 관하여 a의 약국 영업을 위해 a와 그 소유자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될 것을 조건으로 하여, a가 b로부터 그 임차권을 권리금 9천만 원에 양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에 따라 a는 2011. 1. 15. 위 207호를  소유자로부터 임차한 뒤 b에게 위 권리금 9천만 원을 지급하고 2011. 1. 17. 약국영업을 시작하였다. 한편 c는 1994년부터 x상가 203, 204호에서 c의원을 운영해 오던 중, 2011년 초경 위 상가 119, 120호를 소유하면서 d약국을 운영하는 d로부터 “d약국 자리에 병원을 유치해야겠다.”라는 말을 듣고는 1층에 다른 병원이 들어오면 c의원 운영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2011. 3. d로부터 위 119, 120호를 임차한 다음 2011. 4. 4. c의원을 이전하였다. d는 2011년 초경 d약국 자리에 c의원을 유치하기로 약속을 받게 되자 x상가 116호로 d약국을 이전하여 운영 하였다. 이와 같이 a가 약국 영업을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c의원이 x상가 1층으로 장소를 이전하게 되었는데 1층에는 이미 d약국이 영업을 하고 있었던바, c의원이 이전되면 a가 운영하는 약국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d약국을 이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이에 이를 억울하게 여긴 a는 b를 상대로 권리금 9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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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안에서 원심은 “d약국이 이미 1층에서 영업 중인 상황에서 a가 2층에서 약국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같은 2층에 c의원이 있었기 때문인바, 영업상의 이점을 이유로 지급되는 권리금의 본질상 약정 당시의 전제조건이 급속히 소멸한 경우에는 권리금 지급약정도 소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승소 판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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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 제109조의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를 하는 자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므로,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행위를 할 당시에 어떤 사항을 예상한 데 지나지 않은 경우는 의사표시의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a와 b간의 권리금 계약 체결 당시 c의원의 운영 등 207호를 둘러싼 객관적 상황에 대한 a의 인식 자체에는 아무런 오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a가 향후 상당기간 c의원이 종전의 위치에서 계속하여 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하여 b와의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b에게 권리금 9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a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3. 7. 26.선고 2013다3027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