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이익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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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렸으면 물론 갚아야겠지만, 시효기간 동안 채권행사를 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면 더는 그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채권자가 권리 위에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채무자가 이의 없이 변제를 할 경우 그 채무 전체를 승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즉 이제까지 진행돼서 완성된 소멸시효는 의미가 없어지고, 그 변제한 때부터 다시 법률관계에 따라 5년, 10년 등 기간 내에는, 돈을 갚지 않는 한, 채무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오늘은 채무자 측에서 이의를 하지 않은 경우를 주제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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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펴볼 사안의 사실관계를 단순화하여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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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수기 판매업에 종사하는 b(피고)는 2001. 7. 16. a(원고)의 아내인 c에게 450만 원을 변제기는 2001. 9. 14., 이율 및 지연손해금률은 각 연 25%로 하여 대여하고, a(원고)는 위 대여금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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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원고)와 c는 2001. 9. 7. b(피고)에게 “위 차용금 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시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참고로, 위 채권은 상사시효가 적용되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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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피고)는 2011.경 위 공정증서에 기하여 a(원고) 소유의 유체동산을 압류하였고 그 매각대금 중 약 30만 원을 교부받아 채권의 일부 변제에 충당하였다. 당시 a(원고)는 이를 알고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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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피고)는 2014.경 위 공정증서에 기하여 a(원고) 소유의 재산을 압류하였고, a(원고)는 2014. 7.경 그 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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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소멸시효 완성후 시효이익 포기에 관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어음채권을 원인으로 하여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그 절차에서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진술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강제집행 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어음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때부터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 기간도 다시 진행하지만, 이렇게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유체동산 매각대금이 채권자에게 교부되어 그 채무의 일부변제가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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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위 사안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a(원고)는 소멸시효의 완성사실을 알면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a(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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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위 사안은 원금은 450만 원으로 소액이지만, 2014. 7. 중순을 기준으로 할 때 만 13년 동안의 이자만 약 1,452만 원이 더해진다. 만약 원금이 4,500만 원이었다면 그 이자만 약 1억 4,520만 원이 된다. 처음 유체동산 경매를 당했을 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의만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막연히 생각해보면, 아마도 당시 채무자로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재산이 없으니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심정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무일푼의 채무자로 사는 것이 인생의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의 권리관계에 대한 부분을 잘 살피고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