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경매신청과 우선변제권 행사 요건

  자신이 임차하여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해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는 임차인은 비록 집행권원이 없더라도 배당요구의 방법으로 우선변제권을 행사해 자신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다른 채권자에 의한 경매가 없는 경우라 한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인 주택 소유자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대인의 재산에 대하여 경매를 청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임차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다른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당요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선변제권을 가진 주택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a는 2008. 9. 10. b로부터 임대차보증금 8천만 원, 임대차기간 2년으로 하여 c주택을 임차하고, 같은 날 c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위 임대차기간 만료 후 임차인 a는 임대인 b를 상대로 위 보증금 8천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2011. 7. 6. c주택에 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c주택은 9천만 원에 매각되었고,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일반채권자인 d, e와 임차인 a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 배당하여 배당표를 작성하였는데, 이에 a가 d, e의 배당액에 대해 배당이의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차인이 집행권원을 얻어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고, 그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의 현황조사 등을 통하여 경매신청채권자인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확인되고 그러한 내용이 현황조사보고서,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기재된 상태에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신청채권자인 임차인은 배당절차에서 후순위권리자나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a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3. 11. 14.선고 2013다27831 판결).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대인 소유의 재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행위 자체가 우선변제권 행사인바, 우선변제권 행사를 위해 배당요구라는 별도의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견해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우선변제권을 배당요구의 방법으로만 행사하라는 규정은 없다는 점,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와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경매에 배당요구를 통해 참가하는 경우와는 권리 행사의 태양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의 판결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일반 채권자 입장에서는 배당요구 절차에서 파악되지 않는 우선변제권자가 생길 수 있는바, 경매신청인이 임차인인 경우에는 그에게 우선변제권이 있는지 확인하여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