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과 경매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약칭: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남아 있다. 오늘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된 토지 위에 건물을 완공하였으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그 토지와 신축건물에 관한 경매가 되었을 때, 명의신탁의 법률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여기서 살펴볼 사안의 사실관계를 단순화하여 보면,

1. a(원고)는 2012. 10.경 b로부터 그 소유의 토지를 매수하되 매수인을 c로 하기로 약정하였고, c도 이에 동의하였다.

2. a는 h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고, 2012. 11.경 h와 사이에 위 토지에 관하여 매도인을 b, 매수인을 c로 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위 토지는 그 무렵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 되었다.

3. 건축업자인 d(피고)는 2012. 10.경 a와 사이에 위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기로 약정하였고, d는 2013. 3.경 c와 사이에 수급인을 d, 도급인을 위 토지 소유명의자인 c로 한 건축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4. a는 2013. 5.경 c 명의로 위 건축 허가를 받았고 d에게 필요한 경비를 지급하여, d는 2013. 5.경부터 위 건물 신축공사를 개시하였다.

5. d는 2013. 6.경 c와 사이에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서를 작성하였다.

6. d는 2013. 9.경까지 골조공사 부분을 진행하였다.

7. d는 2013. 9.경 a와 사이에 공사 중단을 합의하였고, c와 사이에 기성을 정산한 타절정산합의각서를 작성하였다.

8. a는 그 이후의 공사를 e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여, e는 a로부터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받아 위 건물 신축공사를 마무리하였다.

9. d는 c를 상대로 위 타절정산합의각서에 기초하여 정산금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그 명령이 확정되었고, 이에 기초하여 토지 및 신축건물에 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위 완공된 건물에 관하여 2014. 1.경 촉탁에 의한 c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위 사안에서 경매는 토지와 건물 모두에 관해 개시되었다. 그 중 토지는 명의신탁을 근거로 해 c 명의로, 건물은 촉탁에 의한 대위등기를 근거로 해 c 명의로 각 등기되었다. 토지와 건물은 별개의 부동산인바, 법원은 그 각각에 관하여 강제집행이 가능한지를 판단하였다.

토지에 관한 법원은 판단은 이러했다. a와 c 사이의 위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 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가압류채권자인 d에게는 그 무효로 대항할 수 없고, 강제집행이 법이 보호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인 경우에는 소유자는 제3자이의의 소로서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비록 위 건물 신축공사의 공사대금 채무자는 a이지만 c와 d가 a의 의사와 무관하게 변경계약서 내지 타절정산합의각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반사회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토지에 대한 d의 강제집행 불허를 구한 a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건물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이러했다. 위 건물은 원고의 노력과 비용으로 신축되어 원고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원고 소유이므로 c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무효이고, 위 건물에 관한 c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a와 c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등기된 것이 아니라 경매법원의 촉탁에 따라 등기된 것이므로 무효로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건물에 대한 d의 강제집행 불허를 구한 a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명의를 빌리고 빌려주는 일은 아직도 흔하지만, 그 법률적 효력에 관해서는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위 법원 판결 그대로 경매된다면 토지만 경매되고 건물은 경매되지 않게 되어 필연적으로 법정지상권을 검토해야 한다. 권리관계에 대한 부분을 잘 살피고 부족하다면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고 손해를 미리 방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