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료연체와 지상권소멸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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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절차에서 토지만을 낙찰 받았는데 그 토지 위에 타인소유의 건물이 존재하는 경우, 건물소유자에게 토지에 대한 지상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건물의 존립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우리 민법은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민법 제366조) 그 성립요건을 명문화하면서도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한계를 두고 있다(민법 제28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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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일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하지 않고 있는 동안 지상권자로부터 연체된 지료 일부를 이의 없이 수령하여 연체된 지료 총액이 2년분 미만일 경우 지상권은 유효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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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지상권소멸청구권은 지상권자가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 발생하고 지상권설정자가 이를 행사해야만 지상권이 소멸되는 것인바, 지상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동안 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였고 지상권설정자가 이를 이의 없이 수령한 경우에는 종전에 비록 지상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없고, 결국 지상권은 유효하게 존속된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소개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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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자신의 소유인 甲토지 지상에 乙건물을 신축하였고, b는 2008. 2. 1. 甲토지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甲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b는 a를 상대로 乙건물의 철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a가 甲토지에 관하여 乙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a가 b에게 2008. 12.부터 매달 말일에 월 30만 원의 지료를 은행계좌로 송금하기로 하는 내용의 재판상화해가 성립되었다. 그 후 a는 2008. 12.부터 23개월간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0. 11.부터 2011. 8.까지 8회에 걸쳐 300만 원의 지료를 b명의의 은행계좌로 송금하였고, b는 위 돈을 수령하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a는 다시 지료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1. 10. 2.에 2011. 9.분 지료 30만 원을 송금하였고 b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a는 이후 지료를 빠짐없이 매월 30만 원씩 지급하고 있었는데, b는 a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하면서 甲건물의 철거를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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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안에서 a가 연체한 지료 내역을 다시 정리해보면, a는 2008. 12.부터 23개월간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0. 11.부터 2011. 8.까지 300만 원의 지료를 지급하였던바, 위 300만 원은 2008. 12.분부터 2009. 9.분까지 10개월분의 지료에 충당되었고, 따라서 연체 내역은 2009. 10.분부터 2011. 8.분까지 23개월이었다. 그 후 a가 2011. 9. 30에 2011.9.분 지료를 지급하지 않아 합계 2년분의 지료가 연체되었고, a는 2011. 10. 2.부터 b에게 매달 지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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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은,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으나(민법 제287조),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하지 않고 있는 동안 지상권자로부터 연체된 지료의 일부를 지급받고 이를 이의 없이 수령하여 연체된 지료가 2년 미만으로 된 경우에는 지상권설정자는 종전에 지상권자가 2년분의 지료를 연체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지상권자에게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8. 28.선고 2012다10238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