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소송 미제기와 가압류취소 사유 

​

  상대방에 대해 금전채권이 있는 경우 그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걸 수 있는데, 이러한 가압류는 추후 진행될 본안소송의 실효성을 담보한다는 의미에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압류는 권리관계가 최종적으로 실현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권리를 보전하는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가압류가 집행된 후 3년간 본안소송이 제기되지 않는 경우에는 가압류가 취소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법 조항을 살펴보면,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은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의 사정이 바뀐 때’에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도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는 보전의사를 포기 또는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어 가압류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소송절차 밖에서 공증 등을 통해 채무자의 협력을 얻어 집행권원을 취득한 경우에는 가압류취소를 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송절차 밖에서 채무자의 협력을 얻어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가압류채권자가 채권의 실현 내지 회수의사를 가졌음이 명백하고, 집행권원에 표시된 권리와 가압류의 피보전권리와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가압류 집행 후 3년 내에 본안의 소를 따로 제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가압류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가압류취소를 면할 수 있다.

​

   실제 사례를 통하여 그 의미를 보다 자세하게 이해해 보자.

   a는 b를 상대로 가압류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2008. 5. 21. 청구채권의 내용 및 청구금액을 ‘공사대금 11억 원’으로 하는 가압류 결정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같은 날 甲, 乙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등기가 마쳐졌다. 한편 a는 b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항소심에서 2010. 12. 15. ‘b는 a에게 3억 5천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a는 2011. 2. 5. 위 소송을 취하하였다. 그 후 d 법무법인은 2011. 2. 23. a와 b의 촉탁을 받아 ‘b는 a에 대하여 위 항소심 판결의 내용대로 3억 5천만 원의 공사대금 채무가 있음을 승인하고 변제하기로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그 후 b는 a가 가압류집행 후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a의 甲, 乙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에 대한 취소를 청구하였다. 

​

    비추어 보면, 제3호 사유를 반드시 본안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이라는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할 이유가 없고, 이와 더불어 집행력이 있는 집행권원에 집행문을 부여받으면 가압류가 본압류로 이행될 수 있고, 또한 이를 가지고 가압류의 목적이 된 부동산이 매각되는 등의 절차에 따라 공탁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에 대하여 지급위탁을 받아 그 배당금을 출금할 수 있다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소송과정에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행증서와 같이 소송절차 밖에서 채무자의 협력을 얻어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가압류채권자가 채권의 실현 내지 회수의사를 가졌음이 명백하다면 가압류 집행 후 3년 내에 본안의 소를 따로 제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제3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6. 3. 24.자 2013마1412 결정).

​

   위 사안에서 a는 가압류의 집행 후 3년 내인 2011. 2. 23. 집행권원에 해당하는 공정증서를 취득하였고, 공정증서에 표시된 권리인 공사대금 3억 5천만 원의 채권은 가압류의 피보전권리와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3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바 b의 가압류취소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의 결정은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