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완성된 월차임과 임대차보증금  

모든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있다. 더구나 채권의 성격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도 제각각이다. 우리 민법상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임대차관계에서의 차임채권도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법조항의 해석상으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밀린 차임에 대해 3년 안에 적절한 시효중단조치(가압류신청 내지 차임지급청구소송)를 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임대인이 월차임에 비해 큰 액수인 임대차보증금을 믿고 차임에 대해 시효중단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임대차관계가 종료될 무렵에 그 동안 밀린 차임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임차인이 임대차종료 당시 이미 3년이 경과한 차임채권 부분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은 3년이 연체된 차임 부분에 대해서도 이를 임대차보증금에서 차감할 수 있는바, 임차인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여 연체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임대차보증금은 차임의 미지급, 목적물의 멸실이나 훼손 등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면 장차 임대차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임대차보증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임채권의 변제기가 따로 정해져 있어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여 공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인 경우가 많은 우리 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보면, 차임 지급채무가 상당기간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임차인도 연체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것에 의지하여 임대차관계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보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장차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 공제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11. 25.선고 2016다211309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연체차임 부분에 대해서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정산할 수 있는바, 시기마다 연체차임을 임대차보증금에서 충당하겠다는 뜻을 임차인에게 전달하지 않아도 차임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게 되어 권리 행사를 위한 수고에서 해방된다. 이러한 법리는 실제 임대차관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간접적으로는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가 지체되더라도 임대차관계가 유지될 유인으로 작용하여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증대시키데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