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의 책임범위, 계약체결 이후까지로 확장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당사자를 대신하여 계약을 주선하고 체결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 개인의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인중개사의 실수는 치명적인 피해로 직결되는바, 우리 법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밝히고 있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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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법조항과 관련하여 중개행위의 의미가 문제되는데, 중개행위를 계약체결시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체결 이후의 문제까지로 확장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범위가 달라진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계약체결 후에도 보증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확정일자의 취득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때에는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중개행위 범부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공인중개사의 책임 범위를 계약체결 이후까지로 넓히고 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5다55088 판결). 실제 사례를 통해 법리를 자세하게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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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는 2010. 12. 14. b로부터 甲아파트를 2억 원에 매수하고, 계약금 5백만 원만을 지급하였는데, 공인중개사 c는 d로부터 임대차중개를 의뢰받고 2010. 12. 14. d와 a사이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하였다. d는 甲아파트에 관하여 a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계약체결을 주저하였으나, 공인중개사 c는 甲아파트의 분양계약서를 확인한 후, “a가 8층의 다른 아파트까지 매입하였고, 甲아파트의 시세가 1억 5천만 원에 이르며, 공제금액 1억 원인 공제계약에 가입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면서 계약체결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다. d와 a는 甲아파트에 대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임대차기간 2010. 12. 27.부터 2013. 2. 28.까지로 하되, “① 소유권 이전 중이므로,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전세권설정을 하기로 한다. ② 전세권보다 선순위로 근저당권 2천만 원을 인정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의 특약을 하였고, d는 공인중개사 c를 통하여 a에게 계약금으로 1천 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2010. 12. 27.에 지급하기로 하였다. d는 2010. 12. 21. 공인중개사 c로부터 “a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서류가 모두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공인중개사 c와 함께 은행으로 가서 a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으로 9천만 원을 지급하였다. d는 같은 날 공인중개사 c로부터 특약한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것은 등기비용이 많이 드니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고 c와 함께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취득을 마친 후 c에게 중개수수료 30만 원을 지급하였다. a는 2010. 12. 21.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1억 2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d 그 후 2012. 8. 30. 甲아파트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임대차보증금의 일부인 4천만 원을 배당받았던바, d는 공인중개사 c에 대하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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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d의 의뢰를 받은 중개업자 c는 임대차계약체결 이후에도 d의 잔금 지급 및 전세권설정에 관여하면서 계약의 원만한 이행과 d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보전을 도모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러한 행위는 c, d 사이의 중개계약의 본지에 따른 중개행위에 포함되는데, 중개업자 c는 a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기도 전에 당초 정한 지급기일에 앞서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하도록 주선하면서도 임대차계약에서 특약한대로 소유권이전등기 후 바로 전세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지 아니하고 임대차보증금 담보방법으로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취득을 d에게 권고하였으며 a가 이를 틈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결과 d는 보증금 중 일부를 회수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중개업자 c의 행위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1항이 정한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2940 판결).
 
   사안에서 a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계약금만 지급하고 甲아파트를 매수하였던바, d로부터 받을 보증금 1억 원과 특약에서 정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2천만 원의 합계 1억 2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공인중개사 c는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행되기 전에 임대차보증금 잔금지급을 주선하였고, 그러면서도 a의 소유권이전등기와 d의 전세권설정등기 신청을 같은 법무사에게 위임하는 등의 a의 배신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선순위 근저당권의 유무나 채권최고액을 확인할 수 없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효력이 발생하는 불확실한 방법으로 임차인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권장하였던바, c의 중개행위에  고의,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