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경매에서 담보지상권과 법정지상권의 관계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은 담보권설정의 목적이 된 토지 위에 추후 용익권이 설정되거나 건물 등이 신축되어 토지의 담보가치가 저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저당권 설정과 함께 지상권을 설정하는데 이를 이른바 담보지상권이라 한다. 이러한 담보지상권은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이 소멸하면 등기된 담보지상권의 목적이나 존속기간과 관계없이 그 목적을 잃어 함께 소멸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1. 4. 14.선고 2011다63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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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위와 같이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과 동시에 설정된 담보지상권이 근저당권 실행으로 소멸하였으나 토지에 대한 담보지상권 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고 있던 경우, 토지에 대한 담보지상권과 별개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지에 대한 담보지상권 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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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a는 1992. 1. x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1992. 9. 위 x토지 지상에 건축된 y건물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 후 b는 1992. 10. 위 x토지에 관하여만 채무자를 a로 하는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위 x토지에 대하여 담보목적으로 지상권설정등기를 함께 마쳤다. 그런데 b는 1993. 5. 담보추가를 위하여 x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후, 곧바로 x토지와 z토지에 대하여 공동저당을 설정하였다. 그 후 b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x토지와 z토지에 대한 공동저당은 c에게 이전되었고 c가 경매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d가 2000. 12. x토지를 낙찰 받아 매각대금을 완납하여 x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한편 x토지에 대한 지상권설정등기는 그 이후인 2001. 1.에서야 말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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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안에서 원심 법원은 지상권은 용익물권으로서 일물일권주의의 원칙상 동일 부동산에 관하여는 순위를 달리하여도 중복하여 설정될 수 없다고 하면서, d가 x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인 2000. 12. x토지에 대한 지상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고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y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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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대법원은 토지에 관하여 담보권이 설정될 당시 담보권자를 위하여 동시에 지상권이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담보권 설정 당시 이미 토지소유자가 그 토지  상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그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며 담보권의 실행으로 그 지상권도 소멸하였다면 y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바, y건물을 위한 담보지상권 설정 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법정지상권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대법원 2014. 7. 24.선고 2012다978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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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물일권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목적물에 담보지상권이 존재하는 경우 법정지상권은 아예 성립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실질적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위 사안에서도 b가 x토지에 대하여 담보지상권을 설정할 당시 이미 x토지 소유자인 a는 x토지 위의 y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던바, x토지에 대한 저당권자 b는 y건물의 x토지 이용을 인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그 후에 담보지상권이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법정지상권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y건물에 대한 지상권은 인정되어야 함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