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증금이 가압류된 주택을 양수한 자의 법적지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의해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 이 규정에 따라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 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생기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문제는 임차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차주택이 양도된 경우 임대인의 지위뿐만 아니라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함께 승계되는지 여부이다. 실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을 통해 판례의 태도를 이해해 보자.
a는 2002. 4. 7. b로부터 甲주택을 임대차보증금 3천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한 다음, 2002. 5. 23.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였다. 그 후 c가 2003. 11. 3. b로부터 甲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a에 대한 임대인의 지위도 승계하였다. d는 2005. 5. 31. 가압류채무자를 a, 제3채무자를 c로 하여 a의 c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이 2005. 6. 20. c에게 송달되었다. e는 2007. 8. 2. c로부터 甲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후, 2007. 10. 10. 임차인인 a에게 임대차보증금 3천만 원을 반환하였다. 그 후 d는 a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09. 11. 26. 채무자를 a, 제3채무자를 e로 하여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이 2009. 11. 30. e에게 송달되었다.
이에 대해 원심법원은 d가 a에 대한 추심채권자로서 e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한데 대하여 위 채권가압류결정은 채권자인 d와 채무자인 a, 제3채무자인 c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c로부터 甲주택을 양수한 e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e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 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며, 그 결과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나아가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지급 금지를 명령받은 제3채무자의 지위는 임대인의 지위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임대주택의 양도로 임대인의 지위가 일체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이전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주택의 양도에 양수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인정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인의 의무 대부분이 그 주택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이행가능하고 임차인이 같은 법에 규정하는 대항요건을 구비하면 임대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임대주택이 양도되었음에도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압류권자는 장차 본집행절차에서 주택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1. 17.선고 2011다49523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위 사안에서 e는 甲주택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동시에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는바, d가 a에 대한 추심채권자로서 e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한 것은 적법한 청구라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