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된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 제한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일정금액 이하의 소액임차인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소액임차인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악용하여, 과도한 담보권설정으로 경매가 임박한 주택에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되어 왔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집주인이 채무초과 상태인 줄 알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해 소액보증금에 대하여도 최우선변제권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법리를 통해 소액임차인에의 최우선변제권제도가 악용되는 사안에 대처해 오고 있다(대법원 2003다50771 판결 및 대법원 2015다255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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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최근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세보다 낮은 금액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최선순위 배당권자가 된 경우,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소액임차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소액임차인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제도가 악용되는 사안에 대해 더 엄격하게 판단하겠다는 경향으로 보인다.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a는 2015. 5. 10. b로부터 甲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13,000,000원, 월차임 400,000원, 임대차기간 2014. 5. 27.부터 2016. 5. 27.까지로 정하여 임차한 후, 2014. 5. 27. 위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한편 c은행은 2013. 1. 28. 위 아파트에 관하여 채무자 d, 채권최고액 2억 4천만 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가, 위 아파트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4. 7. 3. 임의경매가 경시되었고, e는 2014. 9. 29. c은행으로부터 위 근저당권 및 피담보채권을 양수받아 그 무렵 이를 채무자 d에게 통지하였다. 그 후 이 사건의 경매기일에서 경매법원은 2015. 3. 25. 실제 배당할 금액에서 소액임차인인 a에게 13,000,000원을, 4순위인 근저당권자인 e에게 108,000,000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이에 e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a의 배당액 전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목적은 주거용 건물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려는 것이고(제1조), 위 법 제3조의2 제2항에서 제3조 제1항의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에게 경매나 공매시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사회보장적 고려에서 내온 것으로 민법의 일반규정에 대한 예외규정인바, 그러한 입법목적과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그곳에 거주하여 주택임대차로서의 대항력을 취득한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오로지 소액임차인의 보호규정을 악용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하고 자신의 이익이나 채무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택을 점유, 사용하는 자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6. 4. 20.선고 2015가단3178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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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甲아파트에는 이미 시가를 훨씬 초과하는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었다는 점, 이러한 담보권에 의해 경매가 곧 개시될 것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a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 실제로 a가 임차한 후 곧바로 경매가 개시되었다는 점, 위 임대차계약 당시 위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1억 5천만 원, 월세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차임 65만 원 정도였는데, a의 임대차보증금은 1300만 원, 차임은 40만 원으로 시세에 비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임대차보증금 액수도 최우선변제 되는 소액임차인의 요건에 맞춰 1300만 원으로 정해진 점, a는 甲아파트와 가까운 자신의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굳이 甲아파트를 임차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하여, a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