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무상임대차 확인서 제출과 매수인의 신뢰보호 

금융기관이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권리주장을 않겠다는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준 경우 임차인은 신의칙상 금융기관에 대하여 자신의 우선변제권을 주장하지 못한다(대법원 2000. 1. 5.저 99마4307 결정). 그런데 위 판례는 임차인으로부터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직접 받은 금융기관의 신뢰를 보장하는 취지라는 점에서, 임차인으로부터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직접 제공받지 못한 매수인이 임차인에게 신의칙 항변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대해 최근 우리 법원은 임차인이 작성한 무상임대차 확인서에서 비롯된 매수인의 신뢰가 매각절차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매수인의 신뢰는 보호되어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경매절차에서의 이해관계인의 신뢰를 폭넓게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자세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a는 2006. 9. 1.경 甲상가를 사업장소재지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무렵부터 甲상가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a는 2006. 12. 20. 甲상가의 소유자인 b로부터 甲상가를 임차하였다가, 2009. 5. 1. 보증금 4천만 원, 차임 월 20만 원, 임대차기간 2009. 5. 1.부터 2011. 4. 30.까지로 임대차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09. 9. 30. 확정일자를 받았다. 한편 b는 2009. 9. 30. c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甲상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는데, 그 무렵 a는 b의 부탁에 따라 c은행에 ‘甲상가에 무상거주함을 확인하고, 만일 기재 내용과 실제가 상이하여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전적으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 후 b가 대출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c은행은 甲상가에 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하여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는데,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하여 경매법원에 제출한 현황조사서에는 a가 등록사항 등의 현황서상 등재자이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c은행은 2012. 10. 31. a의 배당 및 권리자격을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권리(임차인)배제신청서에 위 무상거주확인서를 첨부하여 경매법원에 제출하였다. d는 위 경매절차에서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되어 매각허가결정을 받고 대금을 납부한 후, 2013. 1. 3. 甲상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a에 대하여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그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그 건물에 관하여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 그 무상임대차 확인서가 제출되어 매수인이 그 확인서의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하는 경우와 같이, 임차인이 작성한 무상임대차 확인서에서 비롯된 매수인의 신뢰가 매각절차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비록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위 건물에 대항력 있는 임대차 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제3자인 매수인의 건물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과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12. 1.선고 2016다228215 판결).

경매목적부동산의 소유자가 경매목적부동산을 통해 최대한의 융자를 받기 위하여 임차인에게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계약의 갱신 등 임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마지못해 이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 판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작성해 준 무상임대차 확인서가 자신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무상임대차 확인서 작성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