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차인의 우선변제권 행사와 점유의 의미

주택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주택의 인도(점유의 이전)과 주민등록(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경매목적물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우선변제권의 요건 중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는 공부상 기록에 의해 비교적 명백하지만 점유의 이전의 개념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 법리상으로 점유의 이전이 있었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상의 사실상 지배가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하는데 실제 사례를 통해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을 알아보자.

a는 2012. 7. 16. b로부터 甲건물 101호를 임차보증금 6천5백만 원, 임대차기간은 2014. 8. 15.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는데, 같은 날 b에게 임차보증금 중 5백만 원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6천만 원은 2012. 8. 16. 지급하기로 하였다. a는 계약 당일 b에게 101호로 바로 이사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는데, b는 이를 승낙하고 a에게 비어있던 101호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a는 2012. 7. 16. 101호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2012. 7. 17. 101호로 가구 등 일부 짐을 옮겼다. a는 그때부터 2012. 8. 17.까지 평일에는 근처 직장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서 101호에서 머물면서 주로 잠을 자는 용도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종전 거주지에서 지냈다. a는 2012. 8. 17. 종전 거주지의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같은 날 b에게 나머지 임차보증금 6천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이사를 마치고 101호에서 생활하였다. c는 2012. 7. 30. b와 甲건물 303호에 관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2012. 8. 2. 甲건물에 대해 전세금 6천5백만 원의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쳤다. b는 2012. 8. 21. 甲건물과 대지를 d에게 매도하였고, 이후 d의 채권자 e가 甲건물과 대지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였다. 위 경매사건의 배당기일에서 c가 a보다 우선배당되었던바, 이에 a는 c의 배당액에 이의를 제기하고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점유는 사회통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고, 물건과 사람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 본권관계, 타인의 간섭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임차주택을 인도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현관이나 대문의 열쇠를 넘겨주었는지, 자동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는지, 이사를 할 수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甲건물 101호에 대한 임대차계약 당시 101호가 비어 있었고, 임대임 b가 임차인인 a에게 현관 자동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으며 a는 2012. 7. 17. 101호로 짐을 옮겨 놓았으므로, 늦어도 2012. 7. 17.에는 101호를 인도받았다고 하여 a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여 배당이의소송에서 a 승소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7. 8. 29.선고 2017다212194 판결).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 외에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보증금을 전액지급하지 않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받을 후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하여도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때를 기준으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 사안을 다시 살펴보면, a는 임대차계약 당일 임차보증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101호를 인도받아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임대차보증금 전액 지급은 우선변제권과 무관한바, 사안에서의 우선변제권 기준시점은 a가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날인 2012. 7. 18.이므로 a는 c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