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사용·수익권 포기한 자의 토지 사용료 청구

   자기 소유의 토지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무상으로 제공하여 그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토지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완전하게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이 경우 토지의 소유자는 무상 제공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에 토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a는 1968. 12. 5. 甲토지를 매수하고 1969. 1. 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곡성군은 1971년경 甲토지에 접한 좁은 길을 넓혀 도로를 개설하였고, 甲토지는 1971. 8. 24. 지목이 ‘전’에서 ‘도로’로 변경되었다. 곡성군은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甲토지를 관리하면서 도로로 사용하고 있다. 甲토지에 대하여 1971. 6. 24. 곡성군의 비과세지성 신고보(이는 과세하지 않게 된 토지가 열거된 장부이다)에 기재되고, 그 무렵부터 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c는 a가 사망함에 따라 2012. 4. 19. 甲토지에 관하여 2010. 10. 31.자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c는 곡성군이 甲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 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민법이 정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유지가 일반 공중의 교통을 위한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의 일부를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대세적으로 사용, 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토지 소유자가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 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이때 토지 소유자가 사용, 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의사해석을 하는 데에는, 그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나머지 토지들을 분할하여 매도한 경위와 그 규모,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 부분의 위치나 성상, 인근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사정과 아울러 분할, 매도된 나마지 토지들의 효과적인 사용, 수익을 위하여 그 토지가 기여하고 있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1528 판결).

   위 사안에서 재판부는 1971년 도로 개설 당시 甲토지 소유자였던 c의 아버지 a가 토지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 근거 중 하나로 甲토지의 소유자 a가 비과세지성 신고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결국 a의 甲토지 무상 제공은 사용, 수익권의 완전포기가 아닌 일시적 소유권 불행사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곡성군은 토지 점유 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