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와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우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권리금 계약에 따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할 수 없고, 방해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항). 이러한 임차임의 권리금 회수기회는 임대차기간이 5년 경과되어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더라도 보장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구고등법원 2017. 10. 26.선고 2016나177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5. 19. 선고 2016나108951 판결).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a는 甲건물의 소유자이고, b는 甲건물의 전 소유자인 c로부터 甲건물의 乙점포를 임차하여 약국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甲건물의 전 소유자였던 c는 2008. 7. 31. b와 이 사건 약국에 관하여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250만 원, 임대차기간은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乙점포를 b에게 인도하였고, 그 후 임대차계약을 계속 갱신되어 왔다. a는 2014. 9. 30. c로부터 甲건물을 매수하였는데 매매계약서에 ‘임대사업자 포괄양도, 양수한다.’는 내용을 기재하였다. a는 2015. 6. 23. b에게 ‘계약 연장을 희망하는 경우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350만 원(부가세포함)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 그 무렵 도달되었으나 b가 답신이 없자 2015. 7. 2. 다시 b에게 ‘b가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으므로 2015. 7. 31.까지 약국을 인도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그 무렵 도달 하였다. 한편 b는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d와 사이에 이 사건 약국을 d가 임차할 수 있도록 b가 주선하고 권리금 1억 원으로 하는 내용의 권리금계약을 체결하고 2015. 7. 3. a에게 b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그 무렵 도달 하였다. a는 2015. 7. 6. b에게 새로운 임차인과 만나서 임대차계약에 관하여 협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새 임차인의 준비사항으로 ‘권리금 계약서 원본, 약사자격증명서, 약사경력증명서, 2014년도 부가세 납부증명서, 2015년도 소득세 납부증명서, 2014년도 재산세 납부실적, 가족관계증명부,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 새 임차인 명의의 예금잔고 증명서 원본, 약국 운영 장단기 계획서’를 명시하였다. 이에 a, b, d는 2015. 7. 8. 만나 협의를 하였는데, d는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300만 원(부가세포함)을 a는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330만 원(부가세별도)을 요구하여 협의가 결렬되었다. a는 2015. 7. 21. b에게 ‘d는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부족(예금잔고증명 미제출, 전적으로 부모의 자금에 의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 및 능력이 부족(약국운영 장단기 계획사 미제출, 약국개업에 대한 본인의 소견, 포부, 미래비전에 대한 언급 없음)’라는 이유로 d는 신규임차인으로 부적합함을 통보하였다. 약사인 a는 2016. 6. 25.경 b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고 이 사건 약국을 인도받아 약국 운영을 하였다. a는 약국을 운영하다가 2016. 12. 19. e에게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250만 원(부가세별도)으로 약국을 임대하였다. 이에 b는 a에 대하여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였고, a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5년을 경과한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① 상가임대차 법 제10조의4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규정에 적용기간 제한 규정이 없는 점, ② 위 보호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사유인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는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임차인이 단지 5년의 임대차기간을 채워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와 상이한 점, ③ 상가임대차법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이 사건 보호규정은 그 취지와 내용을 서로 달리하는 점, ④ 임대차기간 5년이 경과된 임대인은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저히 고액이 아닌 한 상당한 정도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여 관철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권리금은 감액될 수 있다는 점에서 5년이 경과된 임대차에 위 보호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의 사용 수익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5년을 넘어 장기간 임차인이 영업해 온 상가건물에 형성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가 통상적으로 단기인 경우보다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가임대차에도 위 보호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a의 항변을 배척하였다(대구고등법원 2017. 10. 26.선고 2016나1770 판결).

다만 ① b와 c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2008. 7. 이후 7년 동안 한 번도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a가 2015. 6. 23.경 b에게 임대차계약을 재계약하는 경우 보증금은 1억 원으로 그대로 두고 월차임을 250만 원에서 350만 원(부가세 포함)으로 인상하겠다고 통지하였다고 하여 a가 부당하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a가 d에게 제시한 보증금 1억 원에 월차임 363만 원(차임 330만 원 부가세 33만 원)의 임대조건이, 이 사건 약국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러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지 않는 점, ③ a가 2015. 6. 경 b에게 월차임을 350만 원(부가세포함)으로 인상하겠다고 통지하였으므로 b로서도 a가 신규임차인과 그 정도의 임대료에 이 사건 약국을 임대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b는 d와 권리금계약을 하면서 d에게 그러한 사정을 고지하고 그와 같은 차임으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음을 전제로 권리금의 액수를 정했어야 했음에도 b는 d에게 그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아 d는 월차임이 300만 원임을 전제로 b와 1억 원의 권리금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와 같은 경우 a가 자신의 임대료 결정권을 포기하고 b가 d로부터 약정한 권리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 점, ④ a는 2015. 7.경 b가 주선한 d와 임대차계약을 시도하였으나 결렬되어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b로부터 2016. 5.말경 점포를 넘겨받아 약국을 운영하다가 2016. 12. e에게 양국을 임대하였는바, a가 자신이 이 약국을 운영할 목적으로 b가 주선한 d에게 무리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b가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a가 다소 지나친 서류를 요구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이 무산되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b의 a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이, 단순히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였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전에 전문가로부터 법적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