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계약에 근거한 대지사용권의 소멸 여부
집합건물의 대지사용권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갖는 권리로서 반드시 대지에 대한 소유권과 같은 물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등기가 되지 않는 채권적 토지사용권도 대지사용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지사용권은 권리로서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어야 하므로 사후에 효력이 상실하여 소멸한 토지사용권은 더 이상 전유부분을 위한 대지사용권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선고 2010다15158, 대법원 2017. 12. 5.선고 2014다227492 판결).
이와 관련된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자세히 살펴보자.
a건설회사는 甲아파트를 신축하기로 하였다. 주택사업공제조합은(그 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권리 의무를 포괄승계 하였는데 이하 구별하지 않고 b라 한다.) 1997. 6. 12. a건설회사와 a건설회사가 甲아파트의 수분양자들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주택의 분양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b가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이행 또는 분양이행을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주택분양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무렵 b는 a건설회사와 위와 같은 분양보증의 이행을 목적으로 a건설회사가 소유하는 甲아파트의 대지와 건축 중인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b에게 신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을 맺었다. a건설회사는 1998. 6. 부도가 나서 甲아파트 신축공사를 중단하였고, c건설회사가 시공권을 이전받았다. b는 그 무렵 c건설회사와 甲아파트 신축에 관한 승계사업계약을 체결하고, c건설회사가 사업주체가 되어 甲아파트 잔여공사 및 분양을 시행하도록 하였다. b의 a건설회사에 대한 주택분양보증은 c건설회사에게 승계되었고, 신탁계약자의 위탁자 지위도 c건설회사에게 이전되었다. 이에 따라 甲아파트의 대지 중 일부인 乙토지에 관하여 1998. 6. 29. c건설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가, ‘신탁’을 원인으로 주택공제부동산신탁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다시 2002. 4. 4. ‘수탁자경질 및 신탁’을 원인으로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그런데 c건설회사도 부도를 내어 甲아파트에 대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던바, b는 위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라 甲아파트를 직접 완공하고 2004. 7. 6.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c건설회사는 乙토지 지상에 丙상가를 신축하고 있었는데, c건설회사 부도 후인 1999. 11. 8. 丙상가에 관하여 가압류등기의 촉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보존등기가 c건설회사 앞으로 마쳐졌고, 1999. 11. 22. 채무자 c건설회사, 근저당권자 d은행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丙상가는 2004. 6. 2.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e는 위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丙상가의 전유부분을 취득한 소유자이다. 이 사건 신탁계약 제4조 1항은 甲아파트 신축자인 위탁자는 수탁자의 특별한 요구가 있을 때까지는 사업주체로서 신탁부동산을 사용, 관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조 제2, 3항은 수탁자는 위탁자가 분양계약서에 의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행중인 사업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고, 위탁자는 이에 응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 위탁자는 수탁자가 신탁목적을 원활히 달성할 수 있도록 신탁부동산에 대한 점유권 및 제반권리를 양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원심은 丙상가에 관하여 c건설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1999. 11. 8.경에는 그 신축자인 c건설회사의 구분소유권이 성립하였고, 당시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c건설회사는 乙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그 대지사용권도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주택분양보증계약 및 이 사건 신탁계약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수탁자가 위탁자의 부도 등으로 분양계약서에 의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시행중인 사업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고, 위탁자는 이에 응하여야 하므로, 수탁자의 사업 중지 요구가 있으면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사용권은 소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처럼 사후에 효력을 상실하여 소멸한 토지사용권은 더 이상 丙상가의 전유부분을 위한 대지사용권이 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c건설회사가 부도난 후 b가 위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라 甲아파트를 직접 완공하고 2004. 7. 6. b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사실 등에 근거해서 보면, b가 甲아파트 공사를 인수하여 진행할 무렵에는 b가 위탁자인 c건설회사에 대하여 사업 중지 요구를 하여 c건설회사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사용권도 소멸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신탁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에 근거한 위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사용권도 유효하다고 보아, 丙상가 전유부분의 소유자인 e는 b에게 乙토지에 관한 차임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탁자인 b의 사업중지 요구에 따라 위탁자인 c건설회사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사용권이 소멸하여 丙상가 전유부분 소유자 e는 토지사용권이 없는 전유부분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