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저당권자의 건물신축공사 중지 청구 가능성

   우리 민법은 저당권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370조, 제214조). 저당권은 담보물권으로서 저당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그로부터 점유권을 설정받은 제3자에 의한 점유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점유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 수익하는 한 저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 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법리를 자세히 살펴보자.

   a는 甲대지 위에 乙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하기로 하고, 1996. 9. 6. 공사에 착수하였으며, 1996. 5. 1.부터 분양을 개시하였다. a는 1996. 12. 7. 甲대지를 매수한 뒤 같은 달 9. b은행으로부터 건축자금 차용하면서 甲대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a가 1998. 1. 14. 乙건물의 건축공사를 지하 1층까지 완성한 상태에서 부도를 내자, a로부터 乙건물을 개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중심이 되어 c조합을 결성하였고, c조합은 1998. 2. 24. a로부터 乙건물 건축사업의 시행권을 양수한 뒤에 공사를 재개하여 현재는 지하층(지하 6층부터 지하 1층, 이하 ‘이 사건 지하 구축물’이라 한다)의 공사를 마친 상태인데 이 사건 지하구축물은 공동가설공사, 건축공사, 전기공사 등의 공정이 모두 이루어졌으며, 기둥, 지붕 및 주벽 등의 시공이 완료되었다. 그 후 b은행은 甲대지에 대한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경매를 신청하였고, 경매법원은 이 사건 지하구축물을 甲대지의 부합물로 보아 함께 경매절차를 진행하여 낙찰되었는데 c조합이 위 매각허가결정에 항고한 결과 이 사건 지하구축물은 甲대지의 부합물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매각허가결정은 취소되었다. b은행은 c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甲대지 위에 乙건물을 신축하고 있는 c조합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고 건물신축행위의 중지를 청구했다. 

  b은행은, c조합이 건물신축공사를 계속할 경우 근저당권의 목적물인 甲대지의 가격이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c조합의 건물신축행위는 근저당권의 침해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민사집행법 제83조 제3항 및 민사집행규칙 재44조에서 규정한 가격감소행위에 해당하므로 c조합을 상대로 건물의 신축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c조합은 b은행의 이 사건 근저당권은 가치권에 불과하여 c조합의 甲대지의 사용, 수익을 금지시킬 권능은 없는 것이고, c조합의 건물신축행위는 甲대지의 정당한 사용, 수익행위에 해당한다고 대응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의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거나 방해할 염료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b은행의 청구를 받아들였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신축을 시작했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저당권자의 방해배제청구를 인용한 판결이다. 매각 부동산의 교환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법리에 따른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