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탑경매컨설팅

매수인의 과실과 등기부취득시효

등기부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점유의 개시에 과실이 없어야 한다.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으로서는 매도인에게 부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야 하므로, 이를 조사하였더라면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사를 하지 않고 매수하였다면 부동산의 점유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매도인이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와 동일인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등기부에 기재가 유효한 것으로 믿고 매수한 사람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등기부의 기재 또는 다른 사정에 비추어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더라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권한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 명의로 된 등기를 믿고 매수하였다 하여 그것만으로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2. 13.선고 2016다284824 판결,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2665 판결).

실제 사실관계를 통하여 판례의 취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망a의 소유이던 甲부동산에 관하여, 1992. 1. 6.(망a는 같은 날 새벽경 사망하였다) b의 명의로 ‘1991. 12. 2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라 한다)가 마쳐졌고, 2003. 4. 4. 망a의 장남 c명의로 ‘2003. 4. 1.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제2소유권이전등기’라 한다)가 마쳐졌다. 망a의 장남인 c는 망a 사망 이전부터 甲부동산을 망a와 함께 경작하여 왔고,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1992. 1. 6.경부터 현재까지도 甲부동산을 점유하면서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 이에 망a의 딸인 d는 망a의 장남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원심은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는 망a 사망 이후에 이루어진 등기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인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제2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이다. 다만 c는 늦어도 자신의 명의로 이 사건 제2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2003. 4. 4. 甲부동산에 관하여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2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 등기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 d는 망a의 딸이고, c는 망a의 장남이며, b는 c와 인척관계이고 연령이 비슷하다는 점, ② 망a는 1992. 1. 6. 3시경 사망함으로써 甲부동산은 c를 비롯한 공동상속인들의 공유가 되었는데, 같은 날 공동상속인이 아닌 b에게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그 등기원인은 ‘1991. 12. 28. 매매’로 기재되어 있는데, 망a와 b 사이에 위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③ c의 주거지와 b의 주거지가 서로 1km 이내의 거리에 인접하고 있어 상호 왕래가 빈번했다는 점, ④ c는 망a가 생존할 당시부터 甲부동산을 경작해 왔고, b가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후에도 c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甲부동산을 경작하면서도 b에게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제2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이 ‘2003. 4. 1. 매매’로 기재되어 있음에도, c가 b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c는 b의 처분권한에 대하여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b와 c 사이의 친족관계와 거주상황에 비추어 c가 甲부동산을 b로부터 매수하면서 b에게 처분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더라면, b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아 c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c가 b명의로 된 이 사건 제1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고 甲부동산을 매수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c의 점유가 과실 없는 점유가 아니어서 점유의 개시에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등기부취득시효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는 판단이다. 즉 甲부동산 소유자 a의 사망 후 b에게 이뤄진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고 매수인 c가 이 등기 무효를 알았다면 등기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