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채권자가 경매목적물을 가압류한 경우와 배당요구

우리 민사집행법은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 민법, 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을 갖는 임금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만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있고,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되기 전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와 무관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금채권을 청구채권으로 경매개시결정 등기 전에 가압류를 하였는데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는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자의 자격에서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실제 사례를 통해 물음을 해결해 보자.

a는 b회사의 근로자였다가 1998. 6. 2. 퇴직하였고, c는 b회사 소유인 甲부동산에 관하여 1995. 12. 16.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자이다. a는 임금 및 퇴직금을 보전하기 위하여 위 甲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신청을 하여 1999. 5. 1. 가압류기입등기를 경료 하였다. 그 후 c의 신청에 의하여 甲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중 매각기일인 2000. 8. 28. 매각허가결정이 선고되었으나, a는 그 때까지 배당요구서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2000. 8. 31.에야 비로소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여,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 배당을 함에 있어 매각기일까지 제출된 배당요구 및 자료에 의하여 다른 근로기준법 제37조 소정의 임금채권자들을 1순위로, 선순위근저당권자를 2순위로 배당한 후 나머지 매각대금 전부를 근저당권자인 c에게 3순위로 배당하고 a에게는 전혀 배당하지 않았다. 한편 위와 같은 내용의 배당표가 확정되었고, 이에 a는 c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을 갖는 임금채권자라고 하더라도 임의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경매절차개시 전의 부동산의 가압류권자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배당요구를 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설사 그가 별도로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배당에서 제외하여서는 아니되므로, 민사집행절차의 안정성을 보장하여야 하는 절차법적 요청과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호해야 하는 실체법적 요청을 형량하여 보면 근로기준법상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금채권자가 경매절차개시 전에 경매목적 부동산을 가압류한 경우에는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우선권 있는 임금채권임을 소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당표가 확정되기 전까지 그 가압류의 청구채권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금채권임을 소명하면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a의 소를 인용하였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2312 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특별히 보호되어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금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배당요구를 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경매절차개시 전의 부동산 가압류권자와는 달리 반드시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우선변제권에 의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사안에서는 다행히 근로기준법상 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가 경매개시절차 전에 경매목적 부동산을 가압류한 경우여서 뒤늦게 자신의 채권의 성질을 소명하여 우선배당을 받은 경우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자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판단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늦어도 “배당표 확정 전까지”는 그 가압류의 청구채권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금채권임을 소명해야 한다. 만일 경매절차개시 전에 경매목적 부동산을 가압류한 자가 배당표 확정 전까지 가압류의 청구채권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금채권임을 소명하였으나 배당에서 제외된 채 배당표가 확정된 경우에는 임금채권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