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자의 유치 목적물 사용권한과 유치권 소멸청구

유치권은 자신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처분권을 가지는 소유권과 비교할 때 유치권자에게는 한정적인 권한만 인정되는바, 우리 민법은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를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324조 제2, 3항).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가 된 사안을 소개한다.

우선 채무자의 승낙 없이도 유치권자에게 인정되는 유치물에 대한 보존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문제가 된다. 우리 대법원은 “유치권자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에 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유치권자의 그러한 대여행위는 소유자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소유자에게 그 대여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소유자의 승낙없는 유치권자의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에 의하여 유치권의 목적물을 대여받는 자의 점유는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유치권자 자신의 직접 사용이 아닌 사용대차(타인으로 하여금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계약)인 경우 민법 제324조 제2항의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9. 5. 28.선고 2009다2095판결). 즉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 행위 중 대여에는 임대차외에 사용대차가 포함된다.

한편 민법 제324조는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야만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는 승낙을 받아야 하는 자는 “소유자”이다. 우리 법원 또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은 유치권자는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을 제외하고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채무자는 목적물의 소유자가 채무자인 경우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므로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 승낙할 수 있는 자는 소유자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바(대법원 2011. 2. 10.선고 2010다94700 판결), 이는 목적물에 대한 사용, 수익에 대한 권능이 소유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유치권자는 유치 목적물을 자신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점유하는 것일 뿐 유치 목적물에 대한 소유자가 아니므로 유치 목적물에 대한 재산권 행사는 채무자의 승낙에 따라 소극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유치권자가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 목적물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무자는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해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해서 자신의 소유권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