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자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무상으로 사용대차를 준 경우, 유치권 소멸청구의 원인이 되는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20.. 판결)

[ 판례 해설 ]

  유치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유치물을 점유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소유자 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수익하거나 타인에게 대여,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민법 제324조 제2항). 이를 유치권자의 선관의무라고 한다. 유치권자가 이러한 의무에 반하여 유치물을 사용, 수익 등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유치권 소멸청구권의 행사 대상이 된다.

물론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보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물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사용하는 수준은 허용되는 수준의 보존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에게 임대를 주거나, 타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할 권한은 없다.

법원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자인 a종합건설 주식회사가 사용대차를 통해 c 및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해 준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위와 같은 점유이전의 목적과 경위가 오로지 이 사건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들의 점유권 침탈 및 방해를 방지하고 이로써 유치권 행사의 실질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만을 들어 그 사용대차계약 및 점유이전을 유치물의 보존을 위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a종합건설 주식회사의 유치권을 원용하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유치권자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에 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유치권자의 그러한 대여행위는 소유자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소유자에게 그 대여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소유자의 승낙없는 유치권자의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에 의하여 유치권의 목적물을 대여받은 자의 점유는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c 및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부동산 점유이전의 목적과 경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 하더라도, 그 사용대차계약 및 점유이전은 a종합건설 주식회사의 유치권을 보존하기 위한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민법 제324조 제2항 단서가 규정하는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수익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의 점유는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유치권자가 제3자에게 유치물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임대수익을 얻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애초에 유치권자에게는 유치물을 타인에게 대여할 권한이 없음을 명확하게 하면서, 그 임대 행위가 유상이든 무상이든에 관계없이 유치권 소멸 청구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