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자가 임차인을 통해 간접점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가 채무자 또는 소유자가 아닌 유치권자여야 한다(대법원 2011다614.. 판결)

[ 판례 해설 ]

 경매 절차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치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유치권을 깰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부동산을 낙찰받았으나, 허위의 유치권이 아닌 진성 유치권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그 손실을 오롯이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치권이 신고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점유가 유치권자에 의한 직접 점유이든, 다른 사람을 통한 간접 점유이든 관계 없이 입찰에 참여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편이다.

물론 유치권자가 직접 현장을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진성 유치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점유하고 있다면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점유는 타인을 통한 간접점유로도 인정되지만, 생각보다 간접점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접 점유로 유치권 성립요건인 점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유치권자와 점유자 사이에 점유매개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점유매개관계로는 임대차 관계가 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은 해당 목적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기타 사유로 종료되면 해당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처럼 유치권자가 직접 점유자에게 ‘목적물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점유매개관계가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유치권자가 아닌 당시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 경우, 유치권자는 임차인과 직접적인 법률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목적물 반환 청구권은 물론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결국 임차인을 통한 유치권자의 간접점유는 인정되지 않았고, 결국 유치권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 법원 판단 ]

 점유자가 점유의 침탈을 당한 때에는 그 물건의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04조 제1항 참조). 이러한 점유회수의 소에 있어서는 점유를 침탈당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시에 점유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만을 살피면 되는 것이고, 여기서 점유라고 함은 물건이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고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ㆍ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ㆍ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배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8713 판결). 

그리고 점유회수의 소에 있어서의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되는 것이기는 하나, 간접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를 하는 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 즉 점유매개관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유매개관계는 직접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를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을 승인하면서 행사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 사건 건물 중 제3자에게 임대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간접점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고들과 직접점유자인 임차인들 사이에 점유매개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들과의 임대차 계약은 당시 소유자이던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임차 부분의 직접점유자인 임차인들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갖는 자는 주식회사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들과의 임대차 계약은 원고들과 직접점유자인 임차인 사이의 점유 매개관계를 인정할 기초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간접점유 근거로 든 위 사정들은 원고들이 주식회사와 함께 이 사건 건물의 관리에 관여하였다는 사정에 불과한 것이지 임차인들과의 점유매개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