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실수요자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경매 아파트 인기가 치솟고 있다. 20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 용인, 고양, 성남, 안양, 광명 등 6개 지역의 11월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 19일 기준 51.6%로 집계됐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팔려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원의 낙찰률이 30% 후반에서 40% 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이들 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8월 40.1%, 9월 44.9%, 10월 45%로 꾸준히 오르다가 이달 들어 50%를 돌파했다. 특히 안양 지역의 경우 이달 30건이 경매시장에 나와 18건이 팔리면서 낙찰률이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 경쟁률도 8월 6.6대1, 9월 8.5대1, 10월 9대1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자들이 서울 인근 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서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 감정가 2억1000만원짜리 영통구의 한 전용 60㎡형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1억47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경매에 23명이 몰리며 2억387만원에 팔렸다. 이 지역 60㎡형 전세 시세가 1억5000만~1억7000만원 수준이라 전세금보다 싼 아파트에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이다.

서울의 높은 전세금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난 전세난민들과 치솟는 전세금에 내집 마련으로 방향을 튼 수요자들이 경매로 몰리면서 서울 인근 지역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8ㆍ28대책에 따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데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수요자들도 서울 인근 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서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6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거주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근의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집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매라도 생애최초주택 구입이라면 연말까지 취득세가 아예 면제되는 등 혜택이 있다는 점도 전세 대신 매매를 선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수원지법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등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이곳은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가가 30%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만 유찰돼도 최저가가 전세금과 비슷해진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원 전세가율은 66.4%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전세가율이 높은 수원 영통구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한 번만 유찰돼도 매매가가 전세금과 비슷한 수준이 되기 때문에 경매로 뛰어드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안접해 있지 않은 파주시 등도 마찬가지다.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야당동의 감정가 2억4000만원짜리 전용 85㎡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한 번 유찰돼 최저가 1억68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에는 무려 34명이 몰려들어 감정가를 약간 넘긴 2억4021만원에 낙찰됐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12월 초 취득세 영구인하 등이 통과되면 경매시장이 더 살아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