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제연구소장입니다

적어도 법과 제도만 놓고 보면 경매의 진입장벽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과신한 나머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실패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입찰에 나서기 전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첫째, 권리분석을 철저하게 하라

경매의 기본은 권리분석입니다. 한때 경매사고의 90%가 권리분석 잘못에서 기인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기초적인 권리 분석을 소홀히 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말소기준등기’와 ‘대항력’만 제대로 알아도 경매사고의 70%는 비껴갈 수 있습니다.

둘째, 발품을 팔고 또 팔아라

8월 22일 안산지원 6계에서는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에 있는 임야 6,550㎡가 5억 7,312만 원에 경매 나왔습니다. 2명이 참여해 유 모 씨가 최초감정가 8억 1,875만 원을 훌쩍 넘긴 15억 원을 적어내 최고가매수인이 되었습니다. 반면 2등은 8억 5,000만 원을 적어냈습니다. 차이가 무려 6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결국 유 모 씨는 대금납부를 포기해 보증금 5,731여만 원을 날려야 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빈번한 경매사고의 두 번째 유형은 바로 시세 오판입니다. 오늘의 가격은 누구나 알지만, 내일의 가격은 아무나 알지 못합니다.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상가나 공장, 토지 등은 정형화된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장 답사를 통해 물건의 진면목을 파악해야 합니다. 경매는 결코 요행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 공백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꼼꼼한 시세 파악이 요구됩니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인도 없는 경매 없다

토지 경매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인도’(집 비우기)입니다. 인도는 전문가도 부담을 느끼는데 일반인은 오죽할까요. 인도에 왕도는 없습니다. 오직 대화와 인내만이 있을 뿐. 입찰 전 인도 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야 합니다.

넷째, 매각물건명세서를 확인하라

경매로 인한 낙찰 시 등기부 상의 각종 권리는 말소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드물게 매각으로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를 해야 하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들 권리는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법정지상권, 대지권 미등기, 선순위 가처분(가등기), 농지취득자격증명 제출 요 등 부가되는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다섯째, 시장 흐름에 귀를 기울여라

경매시장은 일반 부동산 시장의 일부입니다.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경매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이 경매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간과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호재와 악재를 구별하고 때론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여섯째, 법원감정가를 감정하라

8월 21일 춘천지법에서는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에 있는 임야 998㎡가 경매 나왔습니다. 1,297만 원의 신건임에도 무려 110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최초 감정가의 9배가 넘는 1억 2,1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처럼 100여 명의 응찰자가 장사진을 친 이유는 뛰어난 입지 조건 외에 저감정 때문에, 인근 시세가 적어도 평당 30만 원이 훌쩍 넘음에도 법원감정가는 평당 4만 3,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법원감정가를 시세와 같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법원감정가는 대부분 시세보다 높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의 속성상 부동산을 가능한 비싼 값에 팔아야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됩니다. 감정가는 응찰 시 참고 가격으로 여기고 임장활동을 통해 시세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곱째, 자금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라

대출 등 타인 자본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재테크입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전에는 경매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일반매매에 비해 대출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분경매 물건이나 법정지상권 성립여지 있는 물건,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 등은 대출이 아예 안 되거나 되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주택자이거나 투기과열지구 소재 주거용 부동산에 응찰 시 반드시 입찰 전에 금융권으로부터 대출 가능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자금 계획 없이 덜컥 낙찰받았다가 잔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거나 소중한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