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명도 

이재석 명도연구소장입니다.

 사례

(1) 오랫동안 권리분석, 물건분석, 비용분석을 하고 입찰한 끝에 드디어 다세대주택을 낙찰받았다. 대금을 납부한 다음 날 낙찰받은 주택을 찾아갔다.

(2) 임차인을 어떻게 내보내지? 터무니없는 이사비를 부르면 어떻게 하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으니 배 째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쿵쾅거리는 심장은 이제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3) 웬걸, 50 전후로 보이는 남자는 순순히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한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터질 것 같은 심장도 조금은 진정되었다.

(4) 그 남자는 자신이 낙찰받으려고 했는데 당신이 더 높은 가격을 썼다면서 제안을 한다. 현재 보증금 1억 원, 월세 100만 원에 살고 있었는데,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20만 원에 계속 살고 싶다고….

(5) 이어서, 1주일 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서, 그때 한 달 치 월세 120만 원을 미리 주고, 보증금과 계약금은 융통해서 2주일 후에 줄 테니 양해해 달라고 한다.

(6) 제안을 거절한다면 임차인이 이사비 조로 꽤 많은 돈을 요구할 테고, 다른 임차인을 들이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점유자와 임대차계약 체결하면 부동산인도명령 받을 수 없어

(1) 낙찰자가 1주일 후에 한 달 치 월세 120만 원을 선불로 받으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에 돌변하여 보증금과 계약금을 주지 않고 두 번째 달 이후의 월세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눌러앉아 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2) 이런 경우 낙찰자는 그에게 특별히 인정되는 부동산인도명령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인도명령을 신청하더라도 기각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아래 ‘(3)~(5)’와 같습니다.

(3) 본래 낙찰자는 경매 부동산의 소유자나 임차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해서 손쉽게 인도명령결정을 받을 수 있고(민사집행법 136조 1항), 이 결정문을 첨부해서 명도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4) 그런데 낙찰자가 인도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 소유자나 임차인과 임대차계약(돈을 받고 사용하게 하는 계약)이나 사용대차계약(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계약)을 문서나 말로 체결하면 낙찰자는 그 순간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인도명령신청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낙찰자가 종전 소유자나 임차인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거나 임차인(종전 소유자나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낙찰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대하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민일영(편집대표), 「제4판 민사집행법[Ⅳ]」, 한국사법행정학회(2018), 13면 참조}.

(5) 따라서 부동산인도명령 사건에서 임차인이 사법보좌관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면 낙찰자는 인도명령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임차권)에 의하여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낙찰자는 인도명령신청권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명도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을 수는 있어

이러한 경우 낙찰자는 명도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고 그 판결을 첨부해서 명도집행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법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듭니다. 특히 명도소송절차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비해서 인도명령절차는 수 주에서 1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낙찰받은 부동산의 현재의 점유자(전 소유자나 임차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그 점유자가 버티더라도 빠르고 저렴한 인도명령절차를 이용해서 쉽게 내보낼 수 있었을 텐데….

실무상 흔하지는 않지만, 만일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시간과 비용의 손실은 물론 감정적인 손실(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