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명도

유영선 고문입니다.

최선순위 전세권자로서의 지위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세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하여 전세권이 매각으로 소멸된 경우, 변제받지 못한 나머지 보증금에 기하여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갑은 임차 주택에 1순위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고, 다음날 전입신고를 하고 입주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을이 이 주택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였고, 갑은 전세권자로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였으며, 병이 낙찰받고 갑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갑이 임차 주택에 관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고 이후 전입신고를 하고 입주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 지위와 전세권자 지위를 겸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주택에 대한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갑이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여 전세권이 매각으로 소멸한 이상 후순위 임차권도 소멸하게 되어 갑은 이 사건 주택을 매수한 병에게 대항할 수 없느냐 하는 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임대차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고, 임차 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임차권보다 먼저 설정된 전세권 등의 담보권이 경매로 인하여 소멸하게 되면 그보다 후순위의 임차권은 선순위 담보권이 확보한 담보가치의 보장을 위하여 그 대항력을 상실합니다. 이와 같은 예외는 선순위 권리가 나중에 성립된 임차권으로 인하여 담보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동일인이 같은 주택에 대하여 전세권자와 임차권자를 겸하는 경우 위 임차권에 대항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그로 인하여 위 전세권으로 확보한 담보가치가 약화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위 사례의 경우 낙찰자가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판례가 내세우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구비하기까지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고 임차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오랜 기간 시행된 결과 선순위 담보권 등의 부담이 없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인수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항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세권을 선순위로 설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피신청인의 전세권설정등기와 전입신고가 근접하여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차인은 임차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것이므로, 임차권에 대항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전세권으로 확보하고자 한 담보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동일인이 같은 주택에 대한 전세권과 임차권을 겸하는 경우에도 임차권의 부담이 없는 주택의 가치를 전세권의 담보로 삼은 것이라고 보고 임차권의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 자를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만을 갖춘 자보다 오히려 불리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

또한, 전세권설정과 전입신고의 효력 발생일 사이에 다른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계약당사자, 보증금액과 전세금액 등이 동일하며, 임차인이 임차권에 기한 권리신고를 하였고, 매각물건명세서에도 임차인의 점유권원이 주거임차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이 사건에서 임차권의 대항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 또는 매수인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부산지방법원 2010라45 결정; 대법원 2010마900 결정).

따라서 선순위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임차인이 존재하는 부동산이 경매대상인 경우에는 입찰자는 전세권자와 임차인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동일인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세권이 소멸되어도 임차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입찰에 참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