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현종 변호사입니다.

명도소송을 제기한 후 승소확정판결을 받으면 그에 기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요.

강제집헹에 필요한 집행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53조(집행비용의 부담)

①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고 그 집행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변상을 받는다.

그런데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우선 채권자가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예납하여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18조(집행비용의 예납 등)

① 민사집행의 신청을 하는 때에는 채권자는 민사집행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미리 내야 한다. 법원이 부족한 비용을 미리 내라고 명하는 때에도 또한 같다.

즉,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강제집행을 하기 위하여는 채권자는 우선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을 예납하여야 하고, 추후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집행비용액확정결정신청을 하여 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여야 할 집행비용의 결정을 받아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집행비용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제집행을 신청한 후 채권자가 비용을 들여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다가 채무자가 자진 이행하여 강제집행 신청을 취하한 경우, 채권자는 그 때까지 발생한 집행비용을 채무자로부터 전혀 상환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은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고 그 집행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변상을 받는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집행이 그 목적을 달성하여 끝난 경우에는 위 규정에 따라 그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강제집행이 신청의 취하 또는 집행처분의 취소 등으로 인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끝난 경우 그 때까지의 절차와 그 준비에 든 비용이 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집행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강제집행을 신청한 후 채권자가 비용을 들여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채무자가 자진 이행하여 채권자가 강제집행 신청을 취하한 경우에, 그 때까지 채권자가 들인 집행비용을 채무자로부터 상환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해당 강제집행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끝나게 된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비용을 일률적으로 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에 반하고 부당하므로, 이 때는 민사집행법 제23조가 준용하는 민사소송법 제114조에 근거하여 당사자는 그 집행이 끝날 당시에 집행이 계속된 법원에 집행비용의 부담 및 집행비용액 확정 재판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해당 비용이 지출된 시기, 채권자가 이를 지출할 필요성, 강제집행과의 관련성 및 강제집행이 끝나게 된 원인이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집행비용을 부담할 당사자와 그 부담액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결 2023. 9. 1. 2022마5860).

위 대법원 결정의 사례를 요약하면,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채무자는 건물을 철거하고 채권자에게 그 대지를 인도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이에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대체집행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채권자가 위임하는 이 법원 소속 집행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 건물을 채무자의 비용으로 철거하게 할 수 있다’는 수권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채권자는 집행관에게 건물 철거집행을 위임하였고, 집행관은 채무자에게 유예기간을 주어 자진하여 철거할 것을 고지하였으며, 이후 여러 차례 철거 고지가 이루어졌으나 채무자의 자진이행 약속에 따라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집행관은 채권자에게 철거집행 부분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신청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채권자는 비용을 들여 안전진단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채무자는 건물을 자진해서 철거하였고, 이에 채권자는 강제집행신청을 취하하였습니다.

이에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대체집행을 위하여 집행비용 예납액과 안전진단비용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집행비용액확정결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강제집행 절차가 집행신청이 취하되거나 집행절차가 취소되는 등 집행 본래이 목적인 청구권이 실현을 보지 못하고 집행절차가 끝난 경우에 그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게 되므로, 채권자가 주장하는 지출비용을 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여야 할 집행비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에서 본 것처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집행비용을 부담할 당사자와 그 부담액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위 사례의 경우 집행이 끝날 당시에 집행이 계속된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집행비용을 부담할 당사자와 그 부담액을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채권자가 주장하는 지출비용을 부담할 자와 그 부담액을 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강제집행 신청을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채권자는 그 때까지 지출한 집행비용액에 관하여 집행비용액확정결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채권자가 지출한 집행비용액 전액에 관하여 결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위 대법원 결정과 같이 법원은 해당 비용이 지출된 시기, 채권자가 이를 지출할 필요성, 강제집행과의 관련성 및 강제집행이 끝나게 된 원인이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집행비용을 부담할 당사자와 그 부담액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