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금 납부 전 대항력을 상실한 임차인의 보증금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 대표변호사입니다.

우리는 주택임대차에 있어서 전입, 점유, 확정일자를 갖추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가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항력에 관한 요건은 취득요건이자 존속요건이기도 한데요, 임차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 이 권리의 요건은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요?

우선변제권에 대하여 배당요구시설, 배당요구종기설, 매각대금납부시설, 배당기일서 등 다양한 학설이 있으나, 판례는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경우 공시방법이 없는 주택임대차에 있어서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우선변제의 요건은 그 우선변제권 취득시에만 구비하면 족한 것이 아니고, 민사집행법상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7. 10. 10. 선고 95다44597 판결, 2006. 1. 13. 선고 2005다64002 판결 등 참조)다고 하여 ‘배당요구종기설’을 취하였고 오랜시간에 걸쳐 지금은 배당요구종기일까지 대항력을 유지해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보증금 중 일부를 배당받지 못한 경우 ‘배당요구종기일’까지 대항력만 유지하면 새로운 소유자(낙찰자)의 인도청구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의 경우 임차주택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었더라도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경매절차에서 낙찰자가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임차인이 전출함으로써 대항력을 상실한 이상 임대인의 지위는 낙찰자에게 승계되지 아니하므로 전소유자(임대차계약상 임대인)가 잔여 임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제3조에서 임차인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의2에서 대항력 요건에 확정일자를 갖추 경우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항력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이고, 우선변제권은 임대차목적물의 매각대금에서 우선하여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로 서로 다른 권리입니다. 대항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될 때 무주택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권리인 반면에 우선변제권은 임차보증금 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권리로 입법 이유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경매개시된 후 존재하는 우선변제권은 다른 공시방법이 없으므로 우선변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그 요건은 적어도 배당요구종기일까지는 유지해야 다른 채권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고, 대항력으로 제3자에게 임대차계약을 승계시키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적어도 ‘양수인’의 지위가 확정될 때까지 대항력 요건을 유지하여야 그 임대차계약이 그대로 ‘승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라도 스스로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므로(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등 참조) 임차인은 낙찰자를 임대인으로 하는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의 임차인은 매각대금 납부 전 타 주소로 전출함으로써 낙찰자에게로 임대차계약이 승계되는 것을 거절하였고, 보증금 중 일부를 배당받지 못하여 나머지 보증금을 기존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은 양수인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때라는 점에서 위 판결은 당연한 결론인 것 같습니다. 다만,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 요건 중 일부가 대항력 요건과 동일하다보니 ‘배당요구종기일’까지만 대항력을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의 행사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적어도 매각대금을 납부할 때까지 대항력 요건을 유지하여야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