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개시 후 대항력을 상실한 임차인의 전소유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차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개시되었을 때, 임차인은 권리 순위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요, 경매절차상 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 선순위 임차인으로 등재된 후 대항력을 상실한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임차인 A는 소유자 B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마쳤고 같은 날 전세권설정등기도 마쳤습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B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A는 전세권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였습니다.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A는 주민등록을 이전하여 대항력을 상실하였고, 임차부동산은 C가 최고가매수인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며 A는 보증금 중 일부만을 배당받았습니다.

이에 A는 기존 소유자 B에게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요, 그러자 B는 “①새로운 소유자 C가 승계하였다, ②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상 선순위 임차인으로 등재되어 배당요구도 하지 않았으므로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외관을 갖추어놓고 전소유자에게 보증금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갈렸는데요, 1심 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차인이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임대차의 목적이 된 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으로 본다는 취지이고(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918 판결,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우선변제권을 주장하기 위한 대항요건과 구분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임차권의 대항력을 주장하기 위한 대항요건은 양수인이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까지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B가 C의 소유권취득 이전에 대항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임대인의 지위는 승계되지 않고 B는 A에게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에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단을 긍정하면서도 A가 별도로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채 선순위 임차인으로 공시되었으나 현황조사 이후 대항력을 상실하였고, 이 사실을 경매법원에 알리지 않아 잔여 보증금은 경락인에게 승계될 것이라는 외관을 유지하여 B는 보증금반환 의무를 면할 것이라 판단하였을 것이고, 대항력있는 임차인이 없다는 사실이 공시되었다면 더 높은 가격에 경락되어 A에게 더 많은 보증금이 배당되었을 것이라는 등을 이유로 A의 B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여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라도 스스로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므로(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등 참조) 현황조사를 마친 후 대항력을 상실하고 B에게 나머지 보증금반환을 청구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경락인 C에게 임차인의 지위를 주장하지 못하는 A로 하여금 B에게 남은 보증금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임차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전세권에 기한 경매를 신청하면 전세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세권이 말소하므로 임차인으로서의 대항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 사건 임차인도 이 점을 간과하였거나,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매절차의 공시에 대해 법원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만큼 경매절차에 공개된 정보를 중요하게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2심 판결이 그 결을 같이 합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신뢰에 방점을 둘 경우 임차인은 나머지 보증금을 청구할 다른 방법이 없고, 전소유자(임대인)는 계약상 보증금반환의 책임을 지는 자로서 경매절차에서 공개되는 정보만으로 신뢰가 형성된다고 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고 임대차계약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고, 그것이 공평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것입니다.

앞서 ‘임대차계약체결 후 소유자의 변경’편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임차인도 임대인을 선택할 수 있고, 이는 경매절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임차인은 권리를 행사하기에 앞서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