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유영선 고문입니다.

주택이나 상가 등

부동산임대차계약을 할 때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위약하였을 경우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의 2배를

임차인에게 주기로 하고,

임차인이 위약하였을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약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민법 제398조

제1항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제2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것에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통상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차인이

계약을 해제하자고 하자

임대인은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만 하고

임대인, 임차인 모두

그 계약을 방치하고 있다가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한 후

임차인이 계약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

임대인은 그 전액을 반환해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일부라도 공제하고

반환해 주어도 되는지 여부입니다.

예컨대, 상가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2억 원,

월차임 300만 원에

상가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며칠 후부터

계약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자,

임대인은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나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계약을 방치하다가

잔금기일 도과 후

제3자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7천만 원,

월차임 300만 원에

임대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때

임대인은 전액을 반환해 주어야 할까요?

이 사례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세 나간 후에 보자’ 라고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핵심인데,

이에 관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대차계약을

존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있지만,

나아가 임대인이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임차보증금을

그대로 반환한다는 점에 대하여도

객관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만일 임대인은

임차인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제3자와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임차인도 임대인에게 해약 및

계약금반환을 요구한 후로는

임대인이 임대목적물에 관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받으면 임차인에게

위 계약금을 반환하여 줄 것으로만 믿고

위 계약을 방치하고 있었으므로,

임대인·임차인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본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위 계약금 전액을

반환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부산지방법원 93나17659 판결)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해제되면

임차인이 당초 입주하기로 한 날부터

새로운 임차인이 입주할 때까지의

차임 상당 및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각 임차보증금의

차액에 대한 이자 상당 등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임대인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금 전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하기로 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리의 경험치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한

‘세 나간 후에 보자’는 말의 의미는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바라지 아니하는 임차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자신에게 손해가 생길 경우

계약금에서 그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공평하다 할 것이므로,

그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계약금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한다는 한도 내에서

그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대법원 95다7260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당초 입주예정일로부터

새로운 임차인의 입주 시까지의

차임 상당 및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각 임차보증금의 차액에 대한

이자 상당 등의 손해를 계산하여

이를 계약금에서 공제한 후

임차인에게 반환하면 될 것입니다.

만일 임차인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고 싶다면

임대인이 ‘세 나간 후에 보자’고 했을 때

다른 임차인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면

계약금을 모두 돌려주겠다는

임대인의 확답을 받아두는 좋을 것입니다.